20대 청년의 다이어트 part 2.
고민을 마친 듯한 그는 센터로 오자마자 상담을 요청했다.
수업시간이 남은 나는 그와 상담실로 향했다.
"충분히 생각해 봤어요?"
그는 집에서 둘째다. 공부를 매우 잘하는 형이 있고, 아버지 역시 좋은 직장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은 두 사람에 비해 좋은 대학도 나오지 못했고, 좋은 직장을 다니지도 않았다는 걸 상담 때 어렴풋이 이야기하곤 했다. 심지어 가족 중 자신이 키가 제일 작다는 것도 덧붙였었다. 그의 키는 183cm이었고, 키가 작은 나는 그 부분은 공감할 수 없었지만 심정은 이해가 됐다. 어머니 역시 막내인 자신을 늘 걱정하신다고도 했다. 아마도 멋진 몸을 만들어 가족들 앞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싶다는 뜻으로 '제대로'라는 결심을 한 것 같았다.
나 역시 수차례 상담을 통해, 아직 젊은 그가 자신감이 부족한 것이 늘 안타까웠다. 게다가 살까지 찐 상황이었으니 자존감도 바닥이었을 것이다. 체지방 10kg을 감량하면서 어느 정도 자존감은 올라갔지만, 완벽한 몸이 그를 좀 더 밝고 자신감 있는 청년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의 목표는 체지방률 한자리 만들기였다. 목표에 맞춰 식단을 더 타이트하게 시작했다. 몸무게에 맞춰 단백질 요구량도 채우도록 했고, 유산소 운동을 늘려 체지방 태우는 것에 집중했다. 근력 운동도 늘렸다. 퇴근 후 바로 센터로 와서 마감할 때까지 센터에 있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그였다. 식스팩 대회와도 맞물렸기 때문에 동기부여까지 완벽했다.
부스터를 단 것 같았다. 하루가 다르게 체지방이 빠지면서 그도 나도 신이 났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지역 식스팩 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평생 찍지 못할 것 같았던 바디프로필도 찍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순조로운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였던 체지방률 한자리의 벽은 높았다. 전국 식스팩 대회의 본선 진출 커트라인을 이미 알고 있던 터라 그 벽을 넘지 못하면 본선 진출은 불가능했다.
대회를 앞두고 매일 체성분 검사를 했는데, 그가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충분히 이해가 됐다. 아무리 20대라고 해도 전문 선수도 아닌 직장인이 타이트한 식단과 고강도의 운동으로 긴 시간 버텼다. 나도 그만하면 됐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대로 몸을 만들기로 결심하며 나에게 한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본선 진출...
이 벽을 넘도록 꼭 도와주고 싶었다. 형과 아버지의 그늘에서 자신의 존재를 의심했던 그가 이번 기회에 벽을 넘으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나는 그를 붙잡았다.
"이미 눈바디가 크게 변화한 상태예요. 지금 포기하면 아깝습니다. 저를 믿고 다시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쉽지 않은 말이었다. 내가 신도 아니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코치인 내가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의 간곡한 부탁 때문이었을까? 그는 식스팩 대회의 결과 제출 마감일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도 그도 이를 악물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나 역시 그의 곁에서 열심히 뛰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마감을 일주일 남기고는 체성분 검사 후 그에게 결과를 공유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식단과 운동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그리고 3일 전에는 최대한 휴식에 집중했다. 충분히 잠을 자도록 권했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었다.
회사 연차까지 내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그가 센터에 도착했다. 잠도 충분히 잤다고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체성분 검사를 위해 상담실로 향했다. 나는 애써 밝은 얼굴로 검사를 도왔다. 이미 외우고 있는 그의 생년월일을 기입하고 검사대로 올라간 그의 뒷모습을 봤다. 갑자기 처음 상담실에서 체성분 검사를 했을 때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검은색 면티를 입어도 살이 가려지지 않던 그가 지금은 누가 봐도 건강한 몸이 된 것이었다.
검사 완료를 알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노트북에 눈을 돌렸다. 순간 눈물이 나고야 말았다.
체지방률 7.8%.
한계를 넘은 것이다.
그는 기어이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멋진 무대의 주인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