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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클로이 Oct 01. 2024

두 남자 때문에 꼭 살을 빼고 싶어요

점심 무렵 전화가 울렸다.


"안녕하세요. 체험 예약하려고 하는데요."


주변 소음이 유독 심한 분의 전화였다.


"네~예약 도와드릴게요."


"근데... 진짜 살이 빠져요?"


"네, 30분 정도 유산소 운동을 하실 거고요. 앞뒤로 스트레칭도 도와드려요. 보통 500kcal 정도 소모되니 식단 조절만 맞춰서 하시면 살은 빠질 거예요."


나의 대답에도 그녀는 의심스럽다는 목소리였다. 주변 소음도 계속되었다. 


며칠이 지나, 그녀가 센터를 방문했다. 피부가 유난히 좋은 그녀는 아들 2명의 엄마이자, 임가공 업체의 대표라고 했다. 아마도 작업장에서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다며 살을 꼭 빼고 싶다고 했다. 


의욕이 넘쳤지만, 나는 일단 체험부터 해보길 권했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과 술로 풀었던 그녀의 몸은 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십 분도 넘기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렸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잠시 휴식을 권한 후, 상담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헉헉거리는 그녀의 숨소리가 수업 중에도 멀리서 들렸다.


수업이 끝난 후, 그녀와 나는 상담실로 향했다. 


"좀 어떠셨어요?"


"이 정도로 못할 줄은 몰랐어요. 제가 정말 할 수 있을까요?" 


"음, 왜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세요?"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다는 그녀였기에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에 동기부터 찾아주고 싶었다. 





"사실.. 제가 지방 흡입도 해보고 다이어트라면 다 해봤거든요. 근데 항상 요요가 왔어요. 그리고..."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더 이상 남편이 저를 여자로 안보는 것 같아요."


힘들게 말을 꺼낸 그녀는 결국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여자로서 자존심이 상해서 이번에는 정말로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


"그리고 큰 아들이 저를 걱정해요. 최근에 비만에 대한 걸 배웠나 봐요. 엄마가 이렇게 살이 쪄있으니 일찍 죽을까 봐 겁난대요."


그녀의 동기는 강했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다이어트의 목적이 자신의 만족이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면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나 불안이 심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큰 아들 이야기를 들으니 같은 엄마로서 공감도 됐다.


"물론 남편에게 보란 듯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를 해요. 하지만 이번 기회에 스스로를 사랑하는 연습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물론 식단과 운동을 병행할 테니 외모의 변화도 있을 거예요. 두 사람 앞에서 당당해지도록 도와드릴게요"


그렇게 그녀와 나의 여정은 시작됐다. 마침 시작된 전국 다이어트 대회에도 나가보고 싶다는 그녀의 열정은 처음부터 흘러넘쳤다. 체성분 검사를 한 후 운동과 식단에 대한 계획을 이야기해 줬다. 의심 많던 그녀는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하라는 대로 할 테니 잘 부탁한다며 내 손을 붙잡았다. 


앞으로 다가올 시련을 그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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