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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클로이 Sep 17. 2024

엄마 따라 시작한 다이어트

예의 바른 20대 청년의 다이어트 part 1.

몇 개월째 운동 중인 50대의 여성 회원이 있었다. 그녀는 종종 그녀의 두 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큰 아들은 미국에서 유학 중이라고 했고, 작은 아들은 회사원이라고 했다. 그중 둘째 아들 이야기를 종종 했다. 딸 같은 아들인데 이른 취업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살이 많이 쪄서 걱정이라고 했다. 언젠가 나에게 찾아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엄마 손에 이끌려 왔다. 초보 코치던 나는 20대 남자 회원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걱정도 됐다. 실제로 보니 정말 컸다. 키는 183cm에 몸무게는 98kg이라고 했다. 여자 회원이 대부분인 센터라 그도 어색해했으나 깍듯하게 인사도 하고 행동도 예의 바른 청년이었다. 나는 그의 엄마에겐 잠시 둘이 이야기 좀 하겠다고 양해를 구한 후에, 그를 상담실로 안내했다.


"혹시 엄마 때문에 왔나요? 그럼 제가 잘 말씀드릴 테니 돌아가셔도 돼요."


엄마 따라 운동을 온 회원들에게 꼭 물어보는 부분이다. 초보코치였지만 나에겐 몇 가지 신념이 있었다. 우선, 아무리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일지라도 강요에 의해서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운동이나 다이어트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강요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시작해야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도 낼 수 있기도 하다. 둘째, 강요로 시작한 운동은 지속가능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키성장 때문에 엄마 손에 이끌려 온 중학생이었던 남자아이를 관리한 적이 있다. 키성장에는 중요한 시기라 강하게 밀어붙이려던 엄마의 의지와는 달리 그 아이는 결국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뒀다. 마지막으로 관계에 악영향을 줄만한 운동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엄마 강요로 운동을 시작할 경우, 괜히 가족 간의 불화가 생길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런 신념으로 그에게 질문한 것이었다.


"아닙니다. 이왕 왔으니 일단 체험이라도 해보겠습니다."


역시 예의 바른 청년이었다. 테스트를 통과했으니 일단 뛰어보기로 했다. 제일 뒤에서 열심히 뛰던 그는 무거운 몸으로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뛰었다. 숨이 턱끝까지 찬 그는 엄청난 양의 땀을 흘렸다. 그의 엄마가 그보다 훨씬 가볍게 뛰는 모습을 그는 분명 봤을 것이다. 바로 앞에서 뛰는 엄마를 존경하는 눈빛이었다.


"코치님, 저 시작해 보겠습니다."


50대 엄마가 하는 운동이라는 점, 그리고 여성 회원이 대부분이라는 몇 가지 이유들 때문에 고민하던 그는 실제로 운동을 해본 후 약간의 도전의식이 생긴 것 같았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20대 남자 회원을 제대로 관리해 볼 기회가 생긴 것이니 말이다.


체성분 검사를 한 나는 그에게 바로 식단도 같이 해볼 것을 권했다. 건강한 20대 남자니 워밍업도 필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의 엄마 역시 나에게 관리를 받고 있던 터라 엄마처럼 하면 된다고 일렀다. 역시 다이어트도 건강할 때 잘되는 것이 맞다. 출산 후 다이어트를 위해 만난 여성 회원과는 달리 그는 쭉쭉 빠졌다. 때마침 코로나도 한창이었다. 덕분에 회식도 중단된 터라 그는 눈치 보지 않고 식단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나는 페이스마스크에 소수예약제로 운영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힘들었지만 말이다. 그땐 정말 그도 나도 이를 악물고 했다. 기필코 살을 잘 빼줘서 동네에 소문을 내겠다는 나의 의지와 이번 기회에 살을 빼서 멋지게 연애도 하겠다는 그의 바람이 만난 것이다. 페이스 메이커가 되기 위해 나도 열심히 뛰었다. 돌이켜보면, 나도 그때가 가장 몸이 좋았다. 석 달이 흘렀고, 체지방 10kg 감량에 성공했다. 이제야 건강한 20대 남자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나는 욕심이 났다. 그리고 물었다.


"이번 기회에 복근 만들기까지 해 볼 생각 없어요?


그는 고민했다. 그리고 나에게 내일까지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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