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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클로이 Sep 10. 2024

저, 결혼 전 몸무게로 돌아갈래요

그녀의 마지막 다이어트 마무리

처음 그녀를 만난 후 3주 만에 측정한 체성분 결과지를 받은 나는 운동 시간이 끝나길 기다렸다. 이 기쁜 소식을 그녀에게 알리고 싶었다. 시계를 수십 번 확인한 후 그녀와 함께 상담실로 향했다. 


"언니, 드디어 노폐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네요. 인바디(체성분 검사결과)가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정말요?"


3주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다이어터들에게 정체기는 길고도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이제 막 다이어트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180도 바뀐 생활에 빠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며 위로하는 나 때문에 내색은 못했지만 그녀 역시 그랬을 것이다. 또르르 흐르는 눈물이 말을 대신했다.


눈으로 보이는 변화를 체감한 그녀는 더 열심히 할 수 없을 만큼 열심이었다. 퇴근 후에는 제일 먼저 센터에 도착해 몸을 풀었다. 식단 사진도 열심히 찍어 나에게 보냈다. 


그렇게 3달의 시간이 흘렀고, 100kg이 넘었던 그녀는 이제 80kg대로 진입했다. 


무려 20kg을 감량한 것이다.


제대로 뛰지도 못하던 그녀는 이제야 편하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달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입맛도 담백하게 바뀌었다.


"언니, 벌써 20kg이나 감량에 성공했네요. 물론 많이 감량했지만 아직 건강을 보장할 만큼은 아니에요. 지금 시점에선 목표를 정하시는 게 좋겠어요."


너무 늦은 목표 설정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도비만의 경우 자신감이 낮기 때문에 처음부터 높은 목표를 설정하면 금방 포기해 버린다. 약 100일 동안 식습관이 바뀐 그녀가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질문했다.


"언니의 최종 감량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저... 결혼 전 몸무게로 돌아가고 싶어요."


자신감 없게 말하는 그녀. 내가 기다린 말이다. 그녀는 결혼 전 60kg대를 유지했다고 상담 초반에 말했었다. 코치로서의 나는 결혼 전 몸으로 돌아가게끔 도와주고 싶었지만, 내가 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기에 그녀가 결심하기를 기다렸다.


"잘 생각하셨어요. 그리고 충분히 가능해요. 언니"


나는 그녀의 두 손을 꼭 잡으며 응원을 전했다. 순전히 식단과 약간의 운동으로만 감량을 했던 그녀에게 나는 제안했다. 


"언니, 이제 운동량을 늘려도 되겠어요. 근육량이 처음보다 늘고 폐활량도 좋아지셔서 가능할 것 같은데, 하실 수 있겠어요?"


"네!!"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보는 그녀의 눈은 이미 목표를 달성한 얼굴이다. 


식단의 변화는 없었지만, 빠른 감량을 위해 욕심부린 그녀는 종종 음식량을 임의로 줄이기도 했다. 식사량을 줄이면 안 된다는 나의 말이 들릴 리 없는 그녀는 체성분 검사를 한 후에야 반성하며 다시 원래의 양을 먹었다. 식사량을 줄인 결과는 생각과는 달랐을 것이다. 몸무게와 함께 근육도 빠졌기 때문이다. 운동량이 늘어난 만큼 잘 먹어줘야 근육이 빠지지 않는다.


추울 때 만난 그녀와의 시간은 감량과 정체를 반복하며 6개월이 흘렀고, 초여름의 어느 날이었다.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 70kg의 벽 앞에서 그녀는 말은 못 하지만 표정으로 속상함을 들어냈다. 그녀의 노력을 아는 나는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몸은 거짓말하지 않으니까.


평범한 어느 날이었고, 저녁 운동을 들어가기 전 별 기대 없이 체성분 검사대 위를 올라간 그녀. 그녀 뒤에서 검사대 위의 숫자를 보던 나는 드디어 69라는 숫자를 봤다. 검사 후 우린 부둥켜안고 울었다.


정확히 체지방으로만 37kg을 감량한 그녀는 인생 최저 몸무게를 맞이한 것이다. 눈물과 땀으로 만들어낸 그녀의 트로피 같은 체성분 검사 결과지를 코팅해서 선물로 주며 축하해 줬다. 지금의 눈물을 잊지 말고 살아가길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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