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약을 먹으면 안되는 이유
"저... 등록하려고 하는데요."
"네. 체험해 보시고 등록 도와드릴게요.
수업시간은 오전 10시와 저녁 7시, 8시 30분이에요.
편한 시간에 오세요."
"아.. 그럼 저녁 7시에 갈게요."
"네. 편한 복장으로 운동화만 챙겨서 오세요."
운동 센터를 운영했던 내게 걸려온 전화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
저녁 6시 40분 정도가 됐을까? 현관에 걸린 부엉이 종이 울렸다.
"안녕하세요~클로이 코치입니다. 낮에 전화 주신 분이죠?"
"네. 안녕하세요. 들어가도 될까요?"
"네. 들어오셔서 가지고 오신 옷으로 갈아입고 편하게 계세요."
"아, 네."
큰 키의 그녀는 100kg이 넘어 보였다. 나보다 한 살이 많은 그녀는 결혼을 일찍 해서 중학생 딸이 있고, 보험 영업을 한다고 했다. 잦은 회식과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식습관은 고쳐지지 않았고 지방 흡입 빼고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다고 했다. 아이를 생각해 마지막 다이어트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한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이라는 말과 간절한 눈빛이 마음을 울렸다.
일단 가볍게 운동을 해보자고 했다. 하지만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을 시작하자마자 무릎과 발목이 아프다고 했다. 체중이 1kg 늘어날 때마다 무릎이나 발목은 최대 4배의 하중을 느낀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룹 운동 시간이었기 때문에 잠깐 쉬게 했다. 수업 시간 내내 밖으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슬퍼 보였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자신의 몸이 왜 이 지경까지 됐는지 후회가 밀려오는 듯했다. 수업이 끝난 후 그녀와 상담실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다이어트 코치로 있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봤다. 그깟 식욕하나 조절 못하는 바보 같은 인간이라며 자책하는 눈물도 있었고, 아무리 노력해도 빠지지 않는 살이 원망스러운 눈물도 있었다. 다이어트를 오래 할수록 몸도 마음도 망가진 사람들이었다.
나도 모르게 나온 말에 그녀는 참았던 감정이 터진 듯 엉엉 울었다. 쉽게 약속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녀의 눈물에 나도 모르게 속 마음이 말로 나왔던 것 같다. 한참을 울다가 진정이 된 후, 체성분 검사부터 해보자고 했다. 오랜 기간 다이어트를 한 분들의 경우 대부분 몸이 많이 망가진 상태기 때문이다.
뚜뚜뚜.
검사 완료를 알리는 소리가 들리고, 노트북을 들여다봤다. 역시나였다. 몸의 절반이 지방이었다. 굶는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몸이 기아상태라고 인지하고 있는 근육을 빼서 에너지로 쓴다. 그리고 혹시라도 먹는 건 지방으로 저장한다. 오랜 기간 반복할수록 몸은 점점 지방의 비율이 높아진다. 다이어트를 위한 한약이나 양약을 처방받아먹은 경우가 그랬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유명하다는 곳을 찾아다니며 약을 먹었다고 했다. 분명 초반에는 몸무게가 잘 줄었을 것이다. 하지만 약을 끊는 순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식욕이 폭발해 다이어트 전보다 몸무게는 더 올라갔다고 했다. 다이어트 약의 원리가 그런 것이니 그녀의 잘못은 아니었다.
일단 남은 다이어트 약은 모두 버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체성분 분석결과를 설명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를 바라며, 현재의 그녀의 몸을 이해시키려고 했다.
설명이 끝난 후, 센터 등록을 하는 그녀의 표정은 비장하고도 편안해보였다. 변화될 그녀를 상상하며 배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