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이었던 그녀의 식습관
허리가 아프다며 정형외과를 가야겠다고 했다. 예상은 했지만 근육상태가 약해 5분의 운동도 무리가 된 것이다. 다녀온 후 연락을 달라는 말을 남기고 며칠이 지났다. 센터에 다시 온 그녀의 표정은 울상이었다.
"코치님, 전 이제 어떻게 하나요?"
"걱정 마세요. 우선 식단 조절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5kg 정도 감량을 하면 움직이는 게 편해지실 거예요. 평소에 물은 얼마나 드시나요?"
"음.. 물은 밥 먹을 때 마시고, 보통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요."
"아.. 커피는 물이 아니에요. 그럼 물부터 같이 마셔봐요. 혈액순환과 노폐물 배출을 위해선 차가운 물보다는 미지근 한 물이 좋으니 1L 마시기부터 시작해요. 그리고 식단 사진은 평소에 드시던 대로 드시고 사진만 찍어서 저에게 보내주세요."
처음부터 무리한 식단은 그녀의 식욕만 자극할 뿐이었다. 평소에 먹던 대로 먹되 물 마시는 연습만 해보자고 권했다. 다음날, 그녀에게 카톡이 왔다. 아침은 출근 시간이 촉박해 먹지 못하고 점심으로 동료들과 함께 먹은 코다리 조림 정식 사진을 보내온 그녀. 평소 식단의 문제점은 아침을 거르는 것과 과도한 나트륨이었다. 아침을 거르는 오랜 습관은 그녀의 호르몬과 혈당의 밸런스를 무너트렸고, 점심에 폭식하게끔 만들었다. 다이어트할 땐, 아침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식사 습관이다. 자는 동안에 우리 몸의 대사는 쉰다. 아침 식사는 밤새 쉬었던 대사를 다시 활성화시켜 주는데, 먹지 않으면 대사가 느려져 하루 종일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는 것이다. 별 것 아닌 작은 습관이 쌓이고 쌓여 그녀의 몸을 망가트린 걸 알려야 했다. 하지만 카톡으로 설명할 경우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통은 대면으로 말하는 편이라 저녁이 되길 기다렸다.
퇴근 후 센터에 온 그녀. 평소보다 덜 먹었으니 칭찬받기를 바라는 그녀의 눈빛이 귀엽기까지 했다. 회원들이 오기 전이라 우선 상담실로 같이 들어갔다. 그녀에게 아침을 꼭 먹어야 하는 이유와 나트륨을 줄인 식사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말했다. 슬퍼할 줄 알았던 그녀는 오히려 그동안 자신이 왜 살이 쪘는지 이유를 알게 되어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좋은 징조다. 긍정적인 마음이 그녀에게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안 먹던 아침을 간단히라도 먹고, 점심과 저녁은 건강한 한식으로 바꾼 지 일주일이 지났다. 체성분 검사를 하는 날이었다. 카톡으로 아침 인사를 나누며, 몸이 가벼워져서 오늘이 기대된다는 그녀였다. 퇴근 후 부푼 마음으로 센터에 온 그녀. 나는 미리 말했다. 아마도 큰 변화가 없을 거라고 했다. 의아한 그녀는 체성분 검사를 위해 양말을 벗고 나의 안내대로 기계에 올랐다.
검사 완료를 알리는 소리와 함께 노트북을 확인했다. 역시나였다. 일주일 전과 동일한 결과였다. 굶기와 폭식을 반복한 그녀의 몸은 일반적인 성인의 몸과는 달랐다. 외모와는 다르게 영양실조에 가까운 상태였기 때문에 체지방 감소가 아니라 몸의 회복이 먼저였다. 나는 이 내용을 설명했다. 속상한 그녀를 보자 나도 마음이 아팠다.
"회원님.. 아니 언니. 몸을 돌보지 않은 시간만큼 회복에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렇게 길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니 우리 일주일 간 해온 만큼만 꾸준히 해봐요."
그녀 얼굴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마음에 돌을 던져버린 것이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이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저 진짜 열심히 했어요. 밤에 뭐 먹고 싶어도 꾹 참고요."
"알아요."
"그런데 왜..."
나의 위로에도 그녀는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나의 막연한 말이 그녀를 더 힘들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충분한 영양을 꾸준히 섭취해 몸이 회복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녀가 살이 찐 기간은 출산 후부터라고 했으니 10년이 넘는다. 급격하게 살이 찌기 시작한 건 코로나 이후였지만 말이다.
3주라는 시간이 지났다. 매주 체성분 검사를 했지만 체지방률은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체지방률이 아닌 다른 숫자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는 나만 알고 있는 변화였다. 나는 매우 기뻤다. 이제 곧 몸이 움직이기 시작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