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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Jan 14. 2021

[차분(茶分)한 시간, 보리차] 20. 홍차

2020년을 보내며 따뜻한 홍차 한 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예년 같지 않았던 1년은 유독 정신이 없었고, 그래서인지 제대로 쉴 수 있는 시간 조차 없었습니다. 며칠이 채 안 되는 시간이긴 하지만 한 달 전쯤부터 괜히 손을 꼽게 되고,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어요. 어디 멀리까지는 아니어도 잠시 리프레시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어 이리저리 숙소도 알아보고, 행복한 휴가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그 설렘도 잠시. 점점 더 심해지는 요즘의 상황에 계획했던 모든 것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아주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대신 이 덕분에 아주 차분하고 조용한 연말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여러분들의 연말은 어떠신가요?







정말 많이 기다렸던 시간이었어요. 별다른 건 아니어도 잠시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고 들떠있었는데, 눈 앞에서 그 시간을 포기해야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하지만 불안한 마음속에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게 과연 즐거울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언젠가는 또 기회가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접고 나니 조금 허전한 연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조용히 보내는 연말은 또 색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리맡에 있는 조명 하나를 켜고, 미처 다 읽지 못한 책 한 권을 꺼냈습니다. 그래도 뭔가 아쉬워 '운남 홍차'를 끓여냈고요. 홍차는 언제 마셔도 참 매력적이지만 이상하게 찬 바람이 부는 이 계절에 그 매력이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향긋한 향과 조금은 쌉싸름한 맛이지만 그 붉은 빛깔이 주는 평온함은 이 겨울과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올해에는 저처럼 집에서 조용한 연말 마무리를 하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 같은데, 홍차 한 잔으로 나만의 작은 다방을 열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차분하지만 향긋해서 제법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홍차는 말 그대로 차의 빛깔이 붉은빛을 내기에 홍차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블랙티라고 부르는데요, 그 이유는 찻잎의 색이 검은빛을 띠기 때문입니다. 검은빛의 찻잎을 우려내면 붉은빛을 볼 수 있다는 게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동서양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게 더욱 신기한 것 같아요.

세계 3대 홍차를 꼽으라면 스리랑카, 중국, 인도 산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 차에 관심이 많지 않은 분들이라도 ‘실론티’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수도 있을 텐데 ‘실론’이 바로 스리랑카의 옛 이름이라고 해요. 실론티의 브랜드들도 우바, 캔디, 담불라 등 생산지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인도의 홍차 역시 스리랑카와 비슷한 기후와 고도에서 재배되는데 다즐링, 아쌈 등 인도 홍차를 대표하는 명칭 역시 재배 지역의 이름이고요. 세계 3대 홍차를 좀 더 살펴보자면 중국의 ‘기문’, 인도의 ‘다즐링’, 스리랑카의 ‘우바’인데요, 물론 이 세 홍차를 제외하고도 다양한 홍차 브랜드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티백으로 간편하게 홍차를 접할 수 있기도 하고요. 그래도 홍차를 마시면서 세계 3대 홍차에 대해서는 알고 마시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아주 간단하게 살펴봤습니다.

홍차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저 세 가지의 홍차 중에서 ‘다즐링’을 가장 먼저 접해보시는 건 어떨까 해요. 다즐링은 ‘홍차의 샴페인’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가볍고 섬세한 맛에 상큼한 향이 특징으로 조금 연한 오렌지 빛을 띠거든요. 홍차가 처음 이신 분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마실 수 있으니 꼭 한 번 드셔 보세요.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이렇게 들썩이지 않은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어떻게 보면 낯설긴 한데 또 다르게 생각해 보자면 그저 똑같은 하루하루일 뿐이잖아요. 물론 새해를 맞이한다는 게 꽤 남다른 의미를 가져다주긴 하지만요.

올해의 마지막까지 이렇게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질 거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 결국 이 상황은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올해 내내 가졌던 희망의 끈을 놓아버려야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안 해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좀 더 잡아보려고요. 다사다난했지만 그래도 이 시간을 잘 버텨내고 있으니 곧 일상을 찾는 날이 다가오겠죠?

올 한 해 정말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다가올 새해에도 건강하게 다시 만나요.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팟캐스트로도 함께 해 주세요 :)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381/clips/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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