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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Jan 21. 2021

[차분(茶分)한 시간, 보리차] 21. 라벤더 차

은은한 향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한 해

사실 저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에 있어 큰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닙니다. 이런 성격은 새해가 밝아도 어김없는데요. 거창한 목표라든지 계획 같은 것들도 잘 세우지 않고요. 다만 조금 추상적이게 '올해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정도만 생각하는데, 지난 한 해가 워낙 다사다난해서인지 이 조차도 잘 떠오르질 않습니다. 다만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일상을 찾고 싶다는 거? 지난 1년을 꼬박 잃어버린 느낌이라서 새해가 밝았다는 게 여전히 실감 나지 않지만 어쨌든 달력은 바뀌었고, 또 새로운 1년을 보내야 하잖아요. 이 새로운 1년이 잃어버린 것 같은 지난 시간을 온전히 채워줄 순 없겠지만, 부디 또다시 시간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뿐 입니다.











저는 연초에 혼자 바다를 보러 다녀오는 것을 꽤 좋아합니다. 물론 올해에는 꿈만 같은 이야기지만요. 지난해 1월 그렇게 찾았던 속초는 날이 굉장히 추웠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새파란 바다도 그렇고, 아기자기한 숙소도 그렇고. 혼자 여행의 묘미는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된다는 건데, 요즘은 워낙 정보들이 많아서 더더욱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지난 속초여행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그렇게 무계획 속에서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기고 그 속에서 맛집이나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하면 그 기억이 훨씬 더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시간을 몇 시간 채 남겨두지 않은 시간, 터미널 근처를 뚜벅뚜벅 걷다가 작지만 아주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았어요. 따뜻한 차 한 잔을 하며 몸도 녹이고 시간을 보내려던 건데 메뉴판에 있는 라벤더 차를 발견하고 고민 없이 주문을 했습니다. 잠시 뒤 나온 라벤더 차는 '르베네피크'의 것이었는데요, 카페에서 흔히 만날 수 없는 차라 그 순간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아주 기분 좋은 순간이었습니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라벤더는 향이 좋기로 유명한 허브 중 하나입니다. 향도 향이지만 저는 보랏빛인 그 빛깔을 더 좋아합니다. 물론 모든 라벤더가 보랏빛은 아닙니다. 흔치 않긴 해도 흰색 꽃을 피우는 라벤더도 있다고 해요. 차로 마시거나 아로마 테라피, 향수와 향료 등으로 많이 이용되는 라벤더는 리나로올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이 성분은 뇌의 흥분을 억제해 잠을 잘 자게 만들어 준다고 해요. 또 안정, 진정 작용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나 불안,  우울 등을 개선시키고 진통작용이 있어 근육통을 완화시켜 관절 손상이나 류머티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두통, 메스꺼움, 현기증, 숙취 해소, 생리통 완화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듯 좋은 향에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는 라벤더이지만 심장 박동을 늦추고 고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저혈압인 사람들은 오히려 피해야 한다고 해요. 또 냉증이나 생리통에도 효과가 있지만 임신 초기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차를 만들기 위한 라벤더는 꽃이 활짝 피기 전인 봉우리 상태에서 수확을 해야 한다고 해요. 그렇게 수확한 라벤더는 깨끗한 거즈 주머니에 넣어 그늘에서 말리면 되는데, 잘 말린 라벤더는 물 두 컵 정도에 한 스푼을 넣고 5분 이내로 우려서 마시기만 하면 끝입니다.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은은한 향과 함께 새해의 시작을 함께 해 보는 건 어떠세요?







초 여름이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라벤더 축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온통 보랏빛 꽃이 잔뜩인 그 풍경과 그 향기가 정말 일품이거든요. 지난해엔 그 풍경 조차 만날 수 없었지만, 올해엔 여름의 절정을 맞이하기 전에 다시 한번 그 풍경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가 시작되고 이런저런 다짐과 목표를 세우신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물론 그 목표들을 다 이뤄내시길 바라고 응원하지만 다 달성하진 못해도 괜찮잖아요.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즐겁게 이번 한 해도 잘 지내봐요 우리. 하지만 무엇보다 건강은 꼭 챙기셔야 해요. 부디 건강한 1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팟캐스트로도 함께 해 주세요 :)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381/clip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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