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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Jan 12. 2021

[차분(茶分)한 시간, 보리차] 19. 자몽차

빨간 빛깔이 매력적인 자몽차 한 잔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고 나서야 ‘진짜 겨울이긴 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요즘. 지난해 입고 옷장 깊숙이 넣어뒀던 롱패딩도 꺼냈고, 바쁨과 귀찮음을 핑계 삼아 꺼내 두지 못했던 두툼한 옷들도 이제 모두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지금 이렇게 추운 건 당연한 일인데, 올 한 해가 다 지나갔다는 게 이제야 실감이 나서 인지 '너무 빨리 추워지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이제 올해의 남은 날이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시기인데도 말이에요. 아마 이 아쉬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거 같으니 며칠 남지 않은 올해의 시간을 좀 더 잘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에는 유독 과일청을 활용하는 차가 많이 떠오릅니다. 물론 지난주의 보리차는 귤껍질을 활용한 차였지만, 그만큼 과일에 함유되어 있는 영양소들이 추운 겨울을 보내는 우리들에게 참 좋다는 얘기인 것 같아요. 오늘 선택한 자몽차도 그런 차 중 하나입니다. 저는 자몽을 생각하면 신맛보다는 씁쓸한 맛이 먼저 떠오르는데  , 처음 자몽을 먹었을 땐 정말 싫어했던 기억이 나요. 오렌지 같은 모양에 빨간 과육이 참 먹음직스러워 보였는데, 제가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맛이었거든요. 근데 또 이 쌉쌀함이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꽤 오래전 야간매점이 인기 있던 한 프로그램에서 보게 된 ‘꿀자몽’ 때문에 그 매력을 알게 된 것 같은데요, 연유나 꿀. 자몽만 있으면 되는 간단한 레시피도 그렇고, 단맛이 씁쓸함을 잡아주니 상큼함은 배가 되는 것 같아서 정말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자몽은 써서 싫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됐습니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서 자몽을 더 쉽고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카페에 가도 자몽을 활용한 음료들이 꼭 하나씩은 있더라고요. 달콤하고 상큼하게 한 잔 마시면 뭔지 모를 에너지마저 충전이 되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추운 날씨에 잔뜩 움츠려있는 요즘 이런 상큼한 에너지가 필요한 분들이라면 지금 자몽과 꿀을 준비해주세요. 아주 간단하게 자몽청을 만들고 겨울 내내 꺼내먹으면 되니까요.








자몽에는 하루 섭취 권장량을 넘는 비타민 C가 들어있습니다. 사과의 9배에 달하는 비타민 C뿐 아니라 비타민 B1, B2, B6, E 등의 비타민들도 함유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연, 인, 철분, 칼륨, 칼슘 등의 미네랄과 다른 과일에서 쉽게 섭취할 수 없는 리코펜, 플라보노이드, 나린진, 폴리페놀 등 활성산소에 대응하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합니다. 비타민 C는 면역체계를 바로 잡아 감기에 좋은 것은 물론 폐렴이나 천식 등 기관지 질환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또 자몽 속의 구연산은 피로 물질인 젖산을 분해해 배출을 도와 숙취 및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물론 생자몽을 섭취하는 게 가장 좋긴 하겠지만 특유의 씁쓸한 맛을 잡으면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추천하고 싶은 건 바로 자몽청을 담그는 겁니다. 모든 과일청과 마찬가지로 자몽과 설탕의 비율을 1:1로 섞기만 하면 되는데, 자몽의 겉껍질과 그 속의 흰 껍질. 그리고 자몽 씨를 모두 제거하면 됩니다. 설탕이 모두 녹을 때까지 실온에 보관하고 설탕이 다 녹으면 냉장고에 보관하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만든 자몽청은 기호에 따라 꿀을 첨가해 따뜻하게 차로 마시면 좋습니다. 따뜻한 음료를 그리 즐기지 않는 분들이라면 탄산수에 얼음을 넣어 자몽에이드로도 즐기면 되고요. 따뜻하게든 시원하게든, 자몽청의 붉은 빛깔은 이 겨울과도 잘 어울리니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전에 자몽청 하나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아까 잠시 말했던 꿀자몽은 원래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하지 않는 레시피였는데, 요즘은 업그레이드 버전이 있더라고요. 물론 이 레시피도 굉장히 간단합니다. 자몽의 2/3 지점을 자르고 남은 1/3은 껍질과 과육을 분리합니다. 이때 자몽 알맹이를 감싸고 있는 얇은 껍질도 제거해서 알맹이만 따로 빼 둡니다. 먼저 잘라둔 2/3 만큼의 자몽은 껍질과 과일의 경계를 칼로 잘라내어두고 하고 칼집을 넣은 후 꿀을 부어 줍니다. 그 위에 분리한 과육을 올리고 꿀과 설탕을 뿌리면 끝인데요, 에어프라이어 기준 180도로 예열하고 5분에서 10분을 돌리면 완성입니다. 설탕은 꼭 필요하진 않지만 조리하며 설탕이 굳어서 식감이 아주 좋으니 한 번 뿌려보세요.

간단하지만 제법 고급스러운 디저트를 집에서 만들 수 있으니 자몽청을 만들며 한 번 시도해보세요. 연말의 홈파티에도 잘 어울릴 거예요.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팟캐스트로도 함께 해 주세요 :)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381/clips/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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