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읖 Jan 07. 2021

[차분(茶分)한 시간, 보리차] 18. 귤피차

따끈한 바닥에 이불 깔아 두고, 귤피차 한 잔

따뜻한 바닥에 이불 하나 펴 두고 그 속에 푹 파묻혀서 책도 읽고, TV도 보고. 그러다 입이 심심해지면 옆에 있는 귤 바구니에서 귤 하나 꺼내 까먹는 재미가 있는 겨울입니다. 여름보다는 겨울을 훨씬 좋아하긴 하지만 추운 날씨를 뚫고 밖에 나가려는 마음을 먹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막상 밖에 나가면 차가운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갈 준비를 하기 전까지 그 마음을 먹는 게 왜 그렇게 힘들까요? 따뜻한 이불속이 세상 행복하게 느껴지는 이 겨울. 저처럼 이불속에서 귤 까먹는 게 하나의 소소한 행복이신 분들이라면 오늘의 보리차와 함께 해 주세요.





겨울을 떠올리면 많은 것들이 떠오르겠지만 저는 따뜻한 방, 이불속에 파묻혀 바구니에 잔뜩 담은 귤을 까먹는 게 생각나요. 다들 귤 담는 바구니나 그릇 하나쯤은 있으시죠? 저는 사실 귤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말랑말랑해 질만큼 만지작거리다가 하나씩 까먹는 그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근데 그렇게 조금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바구니에는 귤 대신 귤껍질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쌓아둔 귤껍질을 치워 버리곤 했는데, 어머니께서는 귤껍질을 모아 집안 곳곳에 두시더라고요. 귤껍질은 수분을 머금고 있어서 집안 곳곳에 두기만 해도 천연 가습기 역할을 한다고 해요. 이때 얇게 썰어 두면 향기가 더 많이 난다고 합니다. 특히 화장실이나 신발장 등에 두면 냄새도 제거되고, 귤 특유의 달콤한 향을 더할 수 있다고 하니까 천연 방향제로 활용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근데 이런 귤껍질을 차로 마실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몇 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귤껍질을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해보지 않았었는데,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보게 되었거든요. 귤을 까먹는 것만큼 상큼하고 달콤하진 않지만 귤피차를 마시면 뭔가 겨울의 한가운데 와있는 느낌이 들어요. 귤은 좋아하지만 귤껍질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겠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번 겨울엔 잔뜩 쌓인 귤껍질로 따뜻한 차 한 잔 하면서 제대로 겨울을 느껴보세요. 








귤피차는 말 그대로 귤의 껍질을 말려 차로 우려내는 것을 말합니다. ‘진피차’라고도 하는데 귤껍질에는 귤 알맹이보다 더욱 풍부한 영양가가 들어있습니다. 이런 귤의 껍질은 한약재로도 사용하는데 비장의 기능을 강화하고, 기가 뭉친 것을 풀어줘 기의 순환이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 효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또 심폐의 답답함을 개선시키고 기관지의 가래를 없애줘 기도를 확장시켜 호흡을 편하게 하는데 이런 효능들 때문에 추위를 잘 느끼고 자주 체하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다고 해요. 또 귤은 비타민 C가 풍부하기로 유명한데 비타민 C는 면역력을 강화해 추운 겨울 감기에 잘 걸리지 않게 해 줍니다. 비타민 C를 포함해 풍부한 비타민이 함유되어 있어 귤피차를 마시면 몸의 체온을 높여주고, 피로 해소와 피부 미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해요. 여기에 지방흡수를 억제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앞으로는 귤껍질을 버리지 말고 꼭 말려둬야겠죠?

하지만 농약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반드시 깨끗하게 씻어 말려야 합니다. 특히 껍질 안쪽에 있는 흰색 내과피도 정리해야 하는데, 식초나 소금을 푼 물에 껍질을 담갔다가 여러 번 헹구면 귤껍질의 불순물을 쉽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껍질을 씻은 뒤 잘게 썰어 말리거나 약한 불에 볶은 뒤 차로 우려내어 마시면 되는데, 이때 꿀을 넣으면 좀 더 달콤한 귤피차를 만날 수 있습니다. 비타민 섭취가 부족한 식생활이라면 평소에도 귤피차를 마셔보는 걸 어떨까요?








귤껍질은 귤피차, 천연 가습기 말고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말린 귤껍질을 끓인 물에 세탁물을 담갔다 헹구면 표백효과가 있다고 해요. 또 귤껍질을 끓이고 식혀 분무기에 담아 사용할 수도 있는데요. 싱크대나 가스레인지 등 주방 기름때를 없애는 천연 세제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겨울만 되면 수족냉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 계시죠? 그런 분들은 귤껍질을 망에 넣어 욕조에 담가 목욕을 하면 향도 좋고, 상쾌한데 여기에 몸의 보온을 유지해주는 효과도 있다고 하니 한 번 활용해 보세요.

추운 겨울을 함께 보내는 간식이자 그 껍질마저 다양한 활용법을 갖고 있는 귤과 함께 이 추운 겨울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팟캐스트로도 함께 해 주세요 :)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381/clips/18


매거진의 이전글 [차분(茶分)한 시간, 보리차] 17. 현미녹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