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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Feb 24. 2021

혼자 차려먹는 생일상│참치 미역국

EP02. 보통의 생일과 참치 미역국 한 그릇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만큼 위로가 되는 순간도 없습니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온전한 끼니조차 챙길 수 없는 당신에게. 매주 금요일 소소한 한 끼를 들려드릴게요.

인생, 음식. 소소한 이야기 한 그릇.


어른의 삶을 살아갈수록 어떤 특정한 날에 의미부여를 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중 하나는 바로 ‘생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언제부터인지 콕 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생일이란 게 별 다르지 않은 하루가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너무 고맙게도 축하의 인사를 전해주고 선물을 전해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아직까진 생일을 챙기며 지내오곤 있지만 축하를 받지 못하면 서운하달까, 섭섭하달까. 그런 마음이 어렸을 때만큼 들진 않는 것 같아요. 생일을 챙기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더 많아지기도 했을 테고, 현실적으로 생일을 마음껏 즐길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생일이 주말이면 그래도 좀 괜찮은데, 평일이면 사실 미역국 한 그릇 챙겨 먹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어머니께서 생일마다 미역국이나 잡채 같은 것들을 꼬박꼬박 만들어주시거든요. 그렇지만 요즘처럼 집에서 하루 한 끼조차 챙길 수 없는 상황에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겠죠. 생일에 미역국 한 그릇도 못 먹어서 어쩌냐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애써 괜찮은 척 하긴 했지만, 스스로에게 짠한 마음이 드는 건 어찌할 수 없더라고요. 근데 이런 상황을 겪는 건 분명 저뿐만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어딘가에서 생일 미역국 한 그릇 챙겨 먹지 못하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많은 분들께 그리고 저에게 미역국 한 그릇을 끓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치 미역국 재료 및 만드는 법>


-재료: 참치 1캔, 미역, 다진 마늘, 국간장, 멸치 액젓, 참기름, 소금


1. 마른미역은 찬물에 불려 물기를 제거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 기름을 빼둔 참치를 냄비에 볶고(이때 참기름을 두르고 볶기), 미역을 넣고 볶다가 물을 붓고 끓인다.

3. 미역이 익으면 다진 마늘 1숟가락, 국간장 1숟가락, 액젓 1숟가락을 넣어 간을 하고 싱거울 땐 소금으로 간을 한다.

4. 푹 끓여내면 참치 미역국 완성





인생음식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피디의 추천으로 참치 미역국을 끓여봤는데, 익숙한 것 같은데 낯선 맛과 향이 기억에 남는 한 그릇이었습니다. 마침 자취를 하고 있는 우리 피디도 저와 생일이 며칠 차이 나지 않아서 미리 생일상을 챙겨 먹는 기분이었어요. 자취생 3종 반찬 세트와 함께 하는 생일상은 상다리 무겁게 차려지는 집밥 버전과 비교해 너무 초라해 보이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제대로 한 상 차려 먹는 기분이 들어서 내심 뿌듯했습니다. 생일이라는 게 그리 대단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1년에 딱 하루 있는 날이잖아요. 그 하루만큼은 든든하게 잘 챙겨 먹을 수 있길 바랄게요. 


오늘 저녁, 참치 미역국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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