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읖 Mar 08. 2021

겨울과 봄 사이 어딘가│춘설

지나가는 겨울에 대한 아쉬움과 다가오는 봄에 대한 설렘이 있다면





잠들기 전 10분,
시럽과 함께 하는 달달한 시 한 편








유독 춥고 힘든 겨울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봄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저는 겨울을 좋아하는 편이라 눈이 펑펑 내린 이번 겨울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어요. 하지만 시간은 따뜻한 봄이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이런 제 마음과 아주 비슷한 시가 있어 오늘의 시럽에서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오늘의 시럽은 정지용의 ‘춘설’입니다. 






춘설–정지용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멧부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 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숭거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워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 기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누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봄의 생동감을 감각적 이미지의 사용으로 표현하는 시라고 많이 공부했던 기억이 나는 시입니다. 그런데 확실히 그렇게 공부할 때보다 지금 마음 편히 감상하는 게 더 와 닿는 것 같아요. 봄이 다가오는 것이 기쁜 일이긴 하지만 겨울이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저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시가 유독 더 눈에 들어왔던 것 같아요. 추위에 힘들긴 했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서 그런 거겠죠? 하지만 또 눈 앞에 다가온 봄이 기대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이 시점. 지나가는 시간은 잘 보내주고 다가올 시간을 잘 맞이해봐야겠어요.





네이버 오디오클립 '시럽(詩LOVE)'에서 시 낭송을 함께할 수 있습니다 :)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6313/clips/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