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茶分)한시간, 보리차] 28. 둥굴레차
구수하고 익숙한 향이 주는 위로
새해를 맞이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지쳐가는 요즘입니다. 사실 설 연휴가 지난지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어요. 저는 설 연휴를 보내야 진짜 새해가 시작됐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기대했던 새해의 모습과 다른 부분이 많아서 벌써 이렇게 지쳐버린 걸까요? 물론 새해라고 해서 엄청 들떠있는 편은 아니긴 하지만 그런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확실히 예년과는 다른 올 한 해의 시작에 당황스럽고 낯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감당이 되지 않는 사건이 벌어졌다거나 엄청난 일이 생긴 것 까진 아니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에 조금은 자괴감을 느끼기도 해요. 그래도 제법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여전히 흔들리기도 하고, 버텨보려 해도 조금씩 무너지기도 하더라고요.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좀 어른다워졌다고 스스로 느낄 때는 이런 점을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거랄까요?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든 마주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던 것 같은데, 이제는 힘든 시간을 조금만 버텨내면 그래도 다 지나간다 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러니 지금의 이 힘듦도 언젠가는 지나갈 테고, 아무렇지 않게 추억하거나 어쩌면 까맣게 잊게 될 수도 있겠죠.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데 오늘은 엄청나게 특별한 차에는 손이 가지 않네요. 그냥 구수하고 익숙한 향에 위로받고 싶은 날이라서 둥굴레차 티백을 꺼냈습니다.
아마 사무실 한편에 있는 탕비실에서 티백 형태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차 중 하나가 둥굴레차일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지만, 뭔가 잔뜩 지치고 힘든 날은 익숙한 무언가에게 위안을 받고 싶어 질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저는 둥굴레차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특유의 은은하고 고소한 향이 참 좋더라고요. 이렇듯 익숙한 둥굴레도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는데요 둥굴레 뿌리에는 사포닌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둥굴레차를 마시면 신진대사가 잘 돼 원활한 혈액순환에 도움이 됩니다. 사포닌은 도라지나 홍삼에도 들어있기로 유명한데 기력 회복과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바이러스, 세균에 저항할 수 있는 면역력을 길러줍니다. 또 피부 미용에도 굉장히 좋은데 비타민A가 풍부해 활성산소를 제거해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여기에 풍부한 식이섬유가 함유되어 있어 체내 노폐물과 독소를 흡착해 배출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피부를 맑고 윤기 있게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해요. 뿐만 아니라 자양강장에 효능이 있어서 만성피로와 허약 제칠을 개선하고 기침, 열이 있을 때 사용하면 좋다고 합니다. 혈압, 혈당, 강심을 낮추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고 하니 이렇게 지칠 때 마시기 아주 좋은 차인 것 같아요.
둥굴레차는 보리차나 결명자차와 함께 식수 대용으로 많이 마시기도 하는데, 사실 둥굴레차에도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어 과다하게 마실 경우 불면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다만 체질에 상관없이 매일 1~2잔 정도 꾸준히 마시는 것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는데 손발이 차고 찬 음식을 먹으면 설사를 심하게 하는 분들은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요즘은 아무래도 예전에 비해 활동량이 확실히 줄어들었고, 그 기간이 길어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더욱 스트레스 관리가 어려워진 것 같아요. 어쩌면 조금 더 쉽게 넘길 수 있는 일인데도 괜히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알면서도 쉽게 내려놓지 못하게 되는 모습을 보며 다시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이 이어지네요. 이럴 때 따끈한 차 한잔이 주는 위로는 제법 괜찮거든요. 구수한 향에 힘든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되는 줄 알았는데, 둥굴레차의 효능들을 다시 한번 보면서 잘 선택해서 마시고 있구나 내심 뿌듯하기도 합니다.
누구나 힘든 이 시기를 잘 보낼 수 있게 오늘은 따끈한 둥굴레차 한 잔 해 보세요. 구수한 향에 마음이 조금 괜찮아질지도 모릅니다.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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