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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Mar 24. 2021

[차분(茶分)한시간, 보리차] 29. 철관음

향긋한 향과 함께 잠시 쉬어가는 시간

시간이라는 건 참 이상합니다. 하루하루는 천천히 흐르는 것 같은데, 막상 지나고 보면 말도 안 되게 빠르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하루는 항상 24시간이고, 그 시간이 일곱 번 흘러 일주일이 되는 건데 왜 어떤 때는 빠르고, 어떤 때는 느린 걸까요?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이 순간에도 시간은 아주 잘 흐르고 있겠죠? 아무리 이상하다고 소리쳐도 시간은 절 기다려주지도, 더 빨리 흘러가 주지도 않을 테니 그 이유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정신없이 보내온 두 달여의 시간 동안 과연 무엇이 남았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시간의 이상함까지 생각하게 돼버렸습니다. 달력이 또 한 장 넘어간 이 시점, 이제 따뜻한 봄이 찾아올 텐데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된 것 같다가도 지나간 겨울이 아쉬워지기도 합니다. 아쉬운데 기대가 되기도 하는 이 이상한 마음을 어떻게 달래 볼까 고민하다가 아끼는 철관음을 꺼냈습니다. 







"철관음이라는 차가 있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철관음은 우롱차에 속하는 차입니다. 흔히 6대 다류라고 해서 차가 분류되는데 그중 맛과 향이 다양한 게 우롱차거든요. 차를 분류하는 기준은 가공방법 중 산화 정도가 가장 핵심인데 발효 정도에 따라 종류가 나뉩니다. 우롱차는 반발효차에 속하는데 녹차와 홍차의 중간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간혹 오룡차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한자를 그대로 읽었을 때 오룡차, 중국식 발음으로는 우롱 차거든요. 그리고 그중 철관음은 우롱차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차 중 하나입니다. 이름의 유래로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요. 청나라 옹정제 때 매일 관세음보살상에 차를 올리던 한 농부가 꿈에서 차나무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가봤더니 정말 차 나무가 있었대요. 그래서 그 차 나무를 가져와 무쇠솥에 심었는데 매우 훌륭한 차가 나왔다고 합니다. 쇠에서 자라나서 ‘철’, 관세음보살이 알려주어 ‘관음’. 합쳐서 철관음이라고 불렀다는 것이 첫 번째 설입니다. 두 번째 설은 청나라 건륭제 때 왕사랑이라는 사람이 황제에게 이 차를 바쳤대요. 차의 맛을 본 황제는 외형은 철처럼 무거우나 맛과 향은 관세음보살처럼 아름답다며 철관음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해요. 

이런 설들을 뒷받침 하듯 향이 굉장히 좋고 단 맛도 느낄 수 있고, 특히 차를 마신 후 입 안에 과일향이 맴돌아서 화려한 향과 맛을 자랑합니다. 그러다 보니 차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좀 더 쉽게 마실 수 있는 차일 것 같아요. 이렇게 화려한 맛을 자랑하는 철관음을 한 잔 하고 있으면 왠지 걱정이든 기대든 복잡한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습니다. 








차를 마시다 보면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마시고 싶은 차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차를 우려내고 마시면서 기분이 좋아지거나 마음이 풀리면 그게 또 나름의 뿌듯함으로 다가옵니다. 차 본연의 향이나 맛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차를 마시기 전까지 겪는 그 과정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다구를 준비하고, 물을 끓여내고, 차가 우러날 때까지 기다리는 그 일련의 과정들이요. 어쩌면 그저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이 시간을 핑계 삼아서 차를 마셔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께도 이렇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있길 바라겠습니다.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팟캐스트로도 함께 해 주세요 :)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381/clips/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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