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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Mar 31. 2021

[차분(茶分)한시간, 보리차] 30.딸기 차

상큼한딸기 차로봄맞이

요즘은 카페마다 그 계절에 맞는 시즌 음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메뉴들을 만날 수 있고 한정된 기간 동안만 판매하기 때문에 뭔가 더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시즌 메뉴들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저는 이런 시즌 메뉴를 떠올리면 ‘딸기’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추운 겨울부터 이맘때쯤까지. 어느 곳에서든 딸기를 만나볼 수 있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저는 과일 중 유독 딸기를 좋아했었는데, 시간이 지나 다른 것은 입맛이 바뀌어도 과일 취향은 변하지 않더라고요. 한결같은 딸기 덕후는 겨울만 되면 돌아와 봄까지 이어지는 이 딸기 시즌이 반갑고 또 반갑습니다. 이제 딸기의 시즌도 슬슬 끝나가고 있는데 예년만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아쉬움도 남습니다.






딸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과일이죠. 그냥 먹어도, 잼이 되어 빵과 함께 곁들여도, 다른 과일들과 함께 주스처럼 마셔도, 우유와 함께해도 참 잘 어울리는 과일이잖아요. 무엇과도 잘 어울리는 딸기이지만 보리차는 차를 나누는 시간이다 보니 ‘딸기 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올 한 해는 시작부터 녹록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마음고생 아닌 마음고생을 하다 보니 몸도 아프고 그 어떤 것도 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더라고요. 그렇게 앓다 보니 괜히 생각은 점점 더 많아지고 저도 모르는 사이 점점 울적해지고 있었는데, 딸내미가 아프다고 마음 쓰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이미 저는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하고도 남는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걱정하시는 그 모습을 보는데 두 분이 예전에 비해 많이 약해져 있다는 게 유독 눈에 띄더라고요. 그런 부모님을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울적함이라도 털어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마음을 먹으며 밥도 잘 챙겨 먹고, 조금씩 컨디션도 괜찮아져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던 그 순간 냉장고를 채우고 있는 딸기를 보게 됐습니다. 딸이 좋아하는 과일이라고 잔뜩 사들고 오셨던 거였죠. 부모님과 함께 딸기를 먹고도 꽤 많은 양이 남아서 저는 오랜만에 딸기청을 만들었어요. 따뜻한 물로 향긋한 딸기 차를 끓여내고, 우유에 딸기청을 넣어 딸기 라테를 만들어 먹을 생각을 하며 빈 유리병에 차곡차곡 담아 두었는데 그것들을 바라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역시 사람은 움직여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지금은 겨울부터 봄철까지 손쉽게 딸기를 만날 수 있지만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이 딸기는 그 역사가 2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연에서 자라는 산딸기가 원래의 딸기이고, 현재 우리가 먹는 딸기는 인공적으로 만든 품종인 거죠. 프랑스의 식물학자 프레지에가 칠레의 야생 딸기를 조사하던 1700년대 초반이 재배 딸기의 시초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프레지에는 프랑스군의 중령으로 스파이 업무를 맡아 딸기 조사를 하게 됐습니다. 그의 위장 업무였던 거죠. 스파이 활동을 마친 프레지에 중령은 그간 딸기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파리에서 책으로 출판했다고 해요. 또 칠레의 딸기를 프랑스에 심으며 연구를 지속했지만 먹을 수 있는 품종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습니다. 프레지에뿐 아니라 유럽의 다른 여러 학자들이 칠레 딸기와 다른 야생 딸기의 교배 시도를 이어갔고 영국의 필립 밀러가 남미 칠레의 야생 딸기와 북미 버지니아 주의 야생 딸기를 교배시켜 새로운 종자를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딸기가 지금 우리가 먹는 재배용 딸기인 거죠. 동양에는 19세기 말, 네덜란드를 통해 일본에 관상용으로 처음 들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딸기를 처음 먹게 된 것은 20세기 초반이라고 합니다.

딸기의 효능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딸기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평소에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과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역사를 갖고 있는 과일이 바로 ‘딸기’였습니다. 딸기는 피로 해소와 해독작용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C가 풍부하고,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칼륨이나 철분이 많아서 신경계를 안정화하는 효과도 갖고 있습니다. 또 섬유질이 풍부하고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막아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고 합니다. 하루에 딸기 6,7개를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C의 양을 모두 섭취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해요. 당도 때문에 많이 먹게 되면 오히려 중성지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정말 다양한 과일청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일청들은 사실 생각보다 정말 만들기 쉽거든요. 과일과 설탕 그리고 빈 병만 있으면 되니까요. 이런 과일청은 앞서 얘기했듯 다양한 음료로 즐길 수도 있고, 과일주나 요리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과일의 처치가 곤란하거나 오래된 과일을 색다르게 먹고 싶을 때 과일청으로 만들면 과일 자체로의 상태보다 보관 기간이나 방법이 용이하니 한 번 만들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특히 딸기는 오래 보관하는 게 정말 힘든 과일이잖아요. 완성된 과일청은 냉장고에 보관하면 되니까 봄맞이로 딸기청 만드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따끈한 물을 더해 딸기 차로 접하게 되면 상큼하지만 달콤한 맛과 향에 기분도 좋아질 거예요.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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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381/clips/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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