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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May 20. 2021

[차분(茶分)한시간, 보리차] 35. 밀크티

향긋한 홍차와 부드러운 우유의 조화

사방엔 봄 꽃이 흐드러지고, 4월도 중순을 넘어가며 이제 봄이 왔구나 생각했는데. 아침저녁으론 너무 쌀쌀한 날씨 때문에 몸은 으슬으슬하고, 옷장 정리는 왜 이렇게 빨리했을까 자책하게 되는 요즘이었어요. 이러다 봄을 즐길 틈도 없이 여름이 오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도 드는데, 일단 은근슬쩍 찾아온 몸살 기운을 떨쳐내는 게 가장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건 얼마 전 구입했던 밀크티 키트였습니다. 요즘은 밀크티를 만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데 왠지 내 입맛에 딱 맞는 밀크티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러다 귀여운 밀크팬과 함께 재료까지 함께 동봉되어 있는 키트를 보고 일단 사버렸습니다. 물론 냉침을 해도 되긴 하지만 뭔가 따끈하게 끓이는 밀크티만의 매력이 또 있으니 으슬으슬함을 핑계 삼아 끓여보도록 할게요. 







요즘음 정말 밀크티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웬만한 카페 메뉴에 있기도 하고, 밀크티로 유명해진 카페가 있기도 하고요. 밀크티는 쉽게 말해 홍차에 우유를 섞은 또는 우유에 홍차를 섞은 차인데요. 우리나라에 탕수육 부먹, 찍먹 논쟁이 있다면 영국에는 밀크티를 만들 때 홍차에 우유를 넣는지, 홍차에 우유를 넣는지가 아주 진지한 논쟁 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19세기 영국에서 벌어졌던 논쟁인데 꽤 진지한 역사적 그리고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는 이슈였다고 하더라고요. 19세기 영국에서 홍차가 대중화되고 귀족들뿐 아니라 서민들도 홍차를 마시게 되면서 홍차에 우유를 탈 것인지, 우유에 홍차를 탈 것인지 논쟁이 벌어졌는데 결론은 출신 계급에 따라 밀크티 마시는 법이 다르다는 겁니다. 홍차가 대중화되긴 했지만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비쌌기 때문에 찻잔에 값싼 우유를 가득 채운 후 비싼 홍차를 따르는 방법을 선호하고, 반면 귀족과 부자들은 찻잔에 홍차를 먼저 따르고 부드럽게 마시기 위해 우유를 따랐다고 해요. 때문에 영국에서는 이 순서를 통해 출신 가문을 판단했다고 합니다. 기호에 따른 부먹 찍먹 논쟁에 비해 굉장히 진지한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는 배경인 것 같아요. 물론 실제로 순서에 따라 맛이 조금 다르다곤 하는데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때요. 홍차의 풍미는 살리고 우유의 부드러움을 잘 즐길 수 있는 한잔이면 저는 그저 만족합니다.







밀크티 키트를 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밀크팬이 너무 귀여웠기 때문인데요, 찻잎을 우려내고 설탕과 우유를 직접 넣어 내가 직접 끓여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요즘은 홍차뿐 아니라 루이보스 등을 활용한 밀크티 키트들도 많이 나오고 있어서 카페인이 걱정되는 분들도 마음껏 밀크티 한 잔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냉침해서 차갑게 마시는 밀크티도 매력적이긴 하지만 바로 끓여서 따뜻하게 즐기면 차의 향이나 우유의 부드러움이 배가 되는 것 같아서 저는 당분간은 이 밀크팬을 아주 요긴하게 사용할 것 같아요. 덕분에 으슬으슬함도 해결하고 따뜻하게 잠을 청할 수 있었으니 오늘도 따뜻한 밀크티 한 잔을 끓여내 봐야겠습니다.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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