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많으면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옥시토신이 '사랑호르몬'이라고 해서 성적인 쾌락을 제공하는 역할만 한다면 조금은 실망스러웠을 수 있다. 하지만 옥시토신은 성적인 쾌락을 넘어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끼게 도와준다. 또한 긴 임신과 힘든 출산 과정을 이겨내고 엄마가 된 여성들에게 더 힘든 육아의 과정을 버텨낼 수 있는 모성애를 제공한다. 이렇게 옥시토신은 부부의 사랑과 유대를 향상할 뿐만 아니라 아이를 낳고 아이를 기르는데도 도움을 주어 가족을 형성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옥시토신에 더 민감한 기혼 남성이 다른 여성의 유혹을 더 잘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배우자의 옥시토신 수치를 높이는 것이 바람피울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기도 한다. 실제로 옥시토신 수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옥시토신이 높은 사람과 반려견일수록 서로 더 좋은 관계를 맺는다고 발표한 연구에서 주인이 반려견을 예뻐해주면 행복해진 반려견이 주인을 더 잘 따르게 되고, 그 결과 주인은 옥시토신이 더 풍부해져 반려견을 더 사랑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또한 일본 연구팀에서는 애완견과 주인이 30분 동안 쓰다듬거나 눈을 맞추는 등의 행동을 하며 놀기 전과 후의 소변을 채취하여 옥시토신 농도를 측정하였는데, 눈을 맞춘 시간이 긴 경우 옥시토신 농도가 주인에서 300%, 애완견에서 130% 증가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는 옥시토신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방법은 바로 눈맞춤과 스킨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 눈을 맞추고 사랑해 주고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는 행위를 통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옥시토신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옥시토신을 합성하여 만든 향수나 스프레이, 패치와 같은 제품들도 인터넷으로 판매된 적이 있다. 옷이나 침구에 뿌리면 부부나 연인 사이에 애정지수를 높일 수 있으며 타인과 애완동물과의 유대감도 높아질 수 있다며 사람들을 유혹했다. 또한 옥시토신이 자폐증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옥시토신 알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옥시토신 알약을 복용하고 1-2주 후에는 자폐 증상이 개선되는 듯해 보였지만 복용을 지속하니 오히려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뛰어다니는 돌발행동과 성기를 만지는 모습을 보였다. 체내 옥시토신 농도만 증가시키는 것이 답이 아니였다. 이렇게 옥시토신을 이용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다양한 정신 질환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하게 어떤 질병의 치료제로 밝혀진 바가 없다. 따라서 효과가 확실히 입증되어 식약처 허가를 받은 약제가 아니라면 불법적인 경로로 구매하여 복용해서는 안된다.
이외에도 옥시토신이 술을 깨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결과를 보고한 연구자들은 알코올을 투여한 생쥐에서 옥시토신을 주입했을 때 정상 생쥐처럼 움직인 반면 옥시토신을 투여하지 않은 생쥐는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열대어 제브라피시 (Zebrafish)의 심장에 인위적으로 손상을 입힌 후 뇌에서 옥시토신의 발현이 20배 증가하였고 이렇게 증가된 옥시토신이 심장으로 이동하여 심장의 손상을 치유하는 것을 확인한 연구 결과도 있다. 아쉽게도 사람에서 재현된 적은 없지만 분만과 사랑만이 아닌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 옥시토신의 추가적인 놀라운 효과들이 기대가 된다.
좀 더 확실한 옥시토신의 효과와 치료제로서의 역할이 입증되기 전까지는 그저 서로 더 많이 눈을 맞추고 쓰다듬고 안아주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현재까지는 사랑하는 만큼 더 많이 표현하는 것이 옥시토신을 증가시키고 더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