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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Hwi Sep 02. 2023

8장: Vasopressin

마시고 내보내는 것의 중요성

20대 여자 소정 씨가 물을 많이 마셔도 목이 계속 마르다며 진료실을 찾았다. 2달 전부터 하루에 물을 6L 정도 마시는데도 계속 갈증이 난다고 한다. 하루 종일 그리고 자다가도 소변을 자주 보러 간다고 한다.


소변양이 많아지는 “다뇨”의 가장 흔한 원인에는 이뇨제의 복용이나 카페인의 과섭취, 그리고 당뇨병이 있다. 이뇨제는 소변을 배출시킬 목적으로 개발된 약제이기 때문에 소변이 많이 나올 수 있으며, 카페인도 신장의 여과율을 증가시켜 소변양이 늘어나게 할 수 있다. 당뇨병은 혈당이 올라가서 생기는 병인데, 혈당이 올라가게 되면 이미 혈액 속에 과도한 당분이 소변으로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물을 함께 끌고 나가게 되어 소변양이 늘어나게 된다. 소변양이 늘어나면 우리 몸에서 수분이 부족하다고 느껴 갈증이 유발되고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https://www.loveinwoori.com/

소변양 증가의 흔한 원인을 먼저 감별하기 위해 약물력과 카페인 섭취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소정 씨는 이뇨제도 복용하고 있지 않았고, 커피를 아예 섭취하지 않으며 다른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이나 음료도 자주 섭취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혈당을 측정해 보니 90 mg/dL로 정상 범위 내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소정 씨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다뇨를 유발하는 다른 질병을 감별하기 위해 추가적인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시행하였다. 그 결과 소변의 비중(밀도)이 매우 낮게 측정되었고 소변의 삼투압(액체 내 전해질의 농도) 또한 낮았다. 반면 혈액의 삼투압은 정상보다 높으면서 나트륨과 염화 이온의 농도가 높았다. 이러한 결과로 볼 때 환자는 어떤 원인에 의해서 물이 소변으로 많이 빠져나가고 있어 소변은 희석되고 (밀도와 전해질 농도가 낮고) 혈액은 농축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의 몸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 몸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수분인데 몸의 55~65%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그외에 뼈가 6%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단백질과 지방이 나머지를 구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 필요한 수분이 적절하게 분포할 수 있도록 수분이 부족하다면 목이 마르게 하여 수분 섭취를 자극하고, 수분이 과도하면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하는 물질은 무엇일까?

https://www.pacehm.com.au/blog/bodycompandyourhealth

우리 몸에서 필요한 수분량을 결정하여 불필요한 수분을 소변으로 배출하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호르몬은 바로 “바소프레신” 그리고 “항이뇨호르몬”이다. 항이뇨호르몬의 이름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이뇨작용을 반대하는 호르몬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우리 몸에서 수분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소변량을 줄여서 수분이 배출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항이뇨호르몬이 증가하여 이뇨작용을 억제한다. 반면, 항이뇨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한다면 이뇨작용이 유발되어 소변량은 늘어나게 된다.

https://teachmephysiology.com/

소진 씨는 바로 이 항이뇨호르몬이 부족해서 소변으로 수분이 배출되는 것을 막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희석된 소변과 농축된 혈액을 가지게 된 것이다. 소진 씨의 혈중 바소프레신 수치는 0.8 pg/mL로 정상 범위인 1~5 pg/mL보다 현저히 낮게 측정되었다. 이렇게 뇌하수체에서 바소프레신의 분비가 잘 안 되는 질병을 '중추성 요붕증'이라고 부른다.


바소프레신은 옥시토신과 마찬가지로 뇌하수체의 뒤쪽 후엽에서 분비된다. 혈액 속의 전해질이 증가하거나 수분이 부족하면 삼투압이 증가하는데, 이렇게 증가된 삼투압을 뇌하수체 후엽에서 인지하면 바소프레신을 분비하여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수분을 감소시켜 혈액의 삼투압을 낮춰준다. 이렇게 이뇨작용이 줄어들면 결과적으로 혈액량이 증가하고 결국 혈압도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바소프레신은 혈압이 떨어진 환자에서 혈압을 올리는데도 사용된다.

https://www.osmosis.org/learn/Antidiuretic_hormone

소진 씨의 다뇨의 원인인 '중추성 요붕증'은 바소프레신 호르몬을 보충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 소진 씨는 바소프레신 호르몬의 유사체인 경구 약제를 복용하면서 소변양이 감소하였고 목마른 증상도 호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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