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길

Day 6 에스떼야 - 로스아르코스

by ㅇㅁ

에스떼야 숙소에서 오늘도 꽤나 일찍 출발하였다. 숙소에 제일 먼저 도착하는 것에 재미 들린 듯 했다. 꽤 일찍 출발하기도 하고 오며가며 아침이나 점심 먹는 시간도 혼자 걷고 먹으니 절약이 많이 되어 숙소에는 비교적 일찍 출발하게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여행의 목적이 빨리 걷는 것도 아니지만, 걷다보면 숙소에 빨리 도착 하고 싶어질 때가 많다. 빨리 씻고 빨래하고 쉬고싶어서..

어제 들은 바로는 오늘은 포도밭이 많다고 했다.. 그리고 와인의 샘이 있다고 했는데.. 바보같이 어둑한 때에 후딱 지나쳐오느라 와인의 샘에도 들리지 못했다. 약수터 약수물 대신 와인이 나오는 샘인데.. 사람들은 마시면서 쉬기도하고 물병에 담아오기도하고 .. 근데 모르고 지나쳐버렸다 ㅜㅜ

술을 안마신지 좀 되었는데.. 이곳을 여행하면서 하루에 와인이나 맥주 한잔씩은 꼭 마시게 되는것 같다.


역시 아침 7시~9시 이무렵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오늘은 어쩐지 길이 굉장히 예뻤다.

별반 다를 것 없는 길인데..같은 듯하면서도 다르고, 무엇때문인지 길은 너무 아름답다. 이곳을 걸으면서 청승맞게 나는 많이 울었던 거 같다. 혼자 감상에 젖게 되기도 하고, 또 길이 아름다우면서도 너무 외로웠던 내 마음을 들여다 보는것이 슬프기도했다. 서울에서 너무 외로워서 아예 스스로를 더 고립시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군중속에 외로움이 더 고독한 법이니까. 혼자가 되면 고요해질것 같아서..

길을 걸으면서 감사하기도했고, 내 삶의 과정에 대해 묻기도했다. 계속 기도를 하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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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오늘은 아점을 먹었다. 여기선 까푸치노한잔과 또띠아. 여기서 많이 먹은 음식중에 하나가 또띠아였다. 한국에서 많이 불리는 이름만 같은 또띠와는 다른 음식이다. 계란에 감자가 섞인 계란감자케잌? 같은 것이다. 속이 편할 것 같아 많이 먹었다. 가격은 굉장히 쌌다. 보통 커피한잔과 또띠아나 샌드위치 같은걸 먹으면 2유로 내외로 든다. 여기 사람들은 아침에는 오렌지 쥬스를 선호하는 편이다. 커피맛은 사실 서울에서 내려먹는 원두가 더 맛있는거 같기도하고..

여유롭게 커피한잔과 브런치를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보통 외국인들은 출발해서 쉬면서 많이들 먹고 또먹고, 조금조금씩 다섯끼는 먹는다는데. 내가 만난 한국 젊은 친구들은 식음을 전폐하고 걷는데 열중하는 경우도 많았다..

산을 전망삼아. 앉아서 먹으니 기분이 좋았다. 옆테이블엔 가족끼리 아버지와 아들이 많이 오는듯 했다. 난 이곳에 엄마와 오고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어쩐지 나이가 많이 들어 걸어도 좋을 것 같은 곳이 산티아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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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길을 걷다보니 더워지기 시작한다. 오늘은 걷고있는데 헝가리 폭탄머리 친구가 무심하게 빨간 열매를 건네주고 갔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서 대화를 깊게 나누지 못해 아쉬움 투성이다. 이런 호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괜히 관계가 더 어색해져버린다. 계속해서 마주치고 보기 때문에. 시간이 갈 수록 친해지거나 되레 어색해지거나..



오늘은 로스아르코스 숙소에 상당히 일찍 도착했다. 공립 알베르게 였는데 문이 열리지 않아 기다리다가 들어갔다. 내가 거의 일번으로 도착한듯했다. 오늘은 낮이 되니 숙소마저도 무척 더웠다. 숙소에 어제 부산친구들도 왔다. 늘 약속을 하고 오는 것은 아닌데 이렇게 또 마주치게 되니 반갑다.

씻고 빨래하고 배가 너무 고파서 마을 주변에서 순례자의 정식을 시켜먹었다. 리조또와 볼로네제를 시켜먹었던 거 같다. 여기서 자주 먹은것은 또띠아, 볼로네제, 빠에야, 치킨, 와인, 푸딩 같은 것들.. 혼자 다니니까 요리할일도 많지는 않았다. 난 보통 한끼는 순례자의 정식을 먹고, 나머지 한끼는 대충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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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너무 더워서 성당으로 피신했다. 성당은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시원하다. 미사드리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 보았다. 로스아르코스에 있는 성당 안쪽의 장식이 유난히 화려해서 어쩐지 무서웠다. 성모마리아상도 금상처럼 보이는데 어쩐지 낯설고.. 그렇게 오후 저녁시간을 떼우고..

저녁에는 부산친구들이랑 맥주한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때는 사람에 연연하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좀 더 다가가지 못했던 관계들이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그래도 나처럼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이 그곳에 가서 평생 못 볼 수 도 있는 사람들과 가벼운 인사마저 하고 온 것도 나름 의미 있는것이 아닐까..


새해가 되고, 오랜만에 다시 순례기를 올리기 시작한다. 이것을 쓰는 것은 구독수를 늘리거나 누군가에게 여행정보를 주기 위해서라기보다.. 그냥 내 기억을 좀 더 간직하고자 그리고..나같은 사람도 잘 갔다 왔다~라는 지루한 이야기를 조금 나눠보기 위함이란 취지를 되새겨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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