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에 처음 들은 말 -
"내 딸이 더 예쁘지"
엄마한테 예쁘다는 말을 50이 되어 처음 들었다.
보통 우리 엄마는
너는 얼굴이 왜 이렇게 크니
얼굴색이 시커멓다
피부과 좀 가라
이런 종류의 말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 설날에
엄마의 손주인 내 아이의 얼굴 역변을 얘기하다가
그런 말을 하셨다.
엄마가 나한테 예쁘다고 하다니...
외동딸인 나는
아빠의 극진한 사랑을 받았다.
어릴적 사진속의 나는 항상 아빠한테 안겨있었고,
내가 놀고 있는 사진 뒤엔 항상 아빠가 서 있었다.
그리고 내 교복은 항상 다려진 상태로 내방문에 걸려 있었다.
한 번도 잔소리를 한 적이 없고
한 번도 내편이 아닌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엄마는 달랐다.
사람들이 공부를 잘한다 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고
예쁘다 하면
그런말 마시라며 그런줄 알고 버릇 없어진다 했다.
나는 그런 엄마가 좋았다.
나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겸손하게 살라는..
그런 뜻임을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알았다.
내가 공부할 때 복도형 아파트인 우리 집 앞에서
꼬맹이들이 놀지 않도록
간식으로 유인하여 놀이터로 보냈고,
옷은 단정하게 입어야 한다며
동네 양품점에서 원피스를 철마다 사오셨다.
하지만 예뻤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이제 80이 넘어
얼굴에 주름이 살보다 더 많은 엄마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엄마
자기는 감사할 일밖에 없다는 우리 엄마
나도 늙었나 보다
엄마가 예뻤다고 하는 말에
이렇게 하염없이 눈물이 나는 걸 보니
그런데 눈물이 왜 나는지 모르겠다.
나도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요즘은 감사할 일밖에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