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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vs 주식, 그 승자는?

차라리 그 돈을 S&P500에 넣었다면

by 퍼플레이첼

# 내가 자고 있어도 돈이 들어오는 구조


사람이 돈을 버는 방법을 떠올릴 때 보통 회사에 속하여 월급을 받거나, 내가 대표가 되어 직접 사업을 하며 수익 내는 것을 생각한다. 둘 다 결국은 내가 움직여야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도 점차 나이가 들고 신체적 한계를 느끼게 되는 혹은 그런 시점을 예상하게 될 때 생각이 달라진다.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곱씹게 된다.


그래서 제일 좋은 방법은 내가 일하지 않아도 수입이 들어오게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꼭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내 사업체를 운영하지 않아도, 내가 아무 일을 하지 않고 자고 있어도 스스로 수익성을 내는 모델이 있다면 훨씬 든든할 것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우리 가족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의 개념인 집의 의미도 있지만 그와 더불어 부동산으로서의 재산 가치도 올라준다면? 앞에서 말한 내가 자고 있어도 자산이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다.


# 집아, 너도 제발 일 좀 하렴


지금 거주하는 신축 아파트는 여러모로 훌륭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우리 집은 서울 지역에 비해 집값 상승에 큰 변화가 없었다. 다양한 호재가 숨겨져 있지만 딱히 드라마틱하게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 호재는 호재일 뿐 실제로 실행되지 않는다면 이미 현재 가격에 다 반영되어 있다는 사람들의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입주하면서 우리가 했던 예상만큼 집값이 올라주지 않았기에 좀 섭섭한 생각도 든다. 상승장일 때는 지금 호가보다 2억 이상까지 치고 올랐었는데 그때만 생각할 수는 없다. 다행히 집값이 떨어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 집값은 한번 상승세를 타면 무서운 속도로 오르는데 우리 집은 그에 비하면 아주 거북이걸음이다.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 동안 안전하고 편안한 거주지의 개념을 넘어 자산 증식의 효과도 일으키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는데 그건 너무 미비했다. 집아, 너도 제발 일을 좀 하렴. 월급 좀 벌어와, 연봉도 올라가고, 보너스도 받아주면 더 좋겠어.






# 그 돈으로 집을 살게 아니라 주식을 샀어야 했나


사실 집을 매도해서 얻는 현금이 아니라면 그저 수치상 올라갈 뿐이다. 그리고 집을 구매할 때 들어가는 현금은 사는 동안 그야말로 깔고 앉은 돈이다.

그렇게 구매한 집의 집값이 꾸준히 많이 올라주면 투자 효과가 좋은 것이지만, 사실상 별 효과가 없다면 나처럼 아쉬움이 남을터.


미장이 쑥쑥 올라가는 분위기일 때는 문득 내가 집을 살 때 들어갔던 현금으로 차라리 주식을 사면 어땠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했다. 그런 내 상상을 알고리즘이 읽었는지 실제로 부동산과 주식 투자를 비교해서 분석한 어느 유투버의 영상을 보게 됐다.


그 영상의 결론은 수치적으로 추정해서 계산했을 때 주식의 수익성이 좀 더 높았던 것으로 나왔다. 단순 계산으로 5~6년 전에 S&P500을 샀으면 지금 현재 가치가 얼마인지만 헤아려봐도 충분히 수긍 갈만한 결과였다.


신랑과도 얘기하며 우리가 집을 살게 아니라 주식을 했어야 하나, 지금도 집을 갈아타기 하고 넓히는 게 아니라 차라리 깔고 앉는 돈을 최소화하고 주식에 몰빵 할까 하는 식의 우스갯소리를 농담반 진담반 주고받기도 한다.


# 우리가 누렸던 삶의 질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런 대화 속에서 우리가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삶의 질이라는 부분이 껴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단순히 자산 가치로만 따질 수는 없다. 적어도 우리처럼 아이 3명을 가진 다자녀 가정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실거주를 통해 얻는 안전성과 편안함은 돈으로 쉽게 환산하기 어렵다.


내 집마련을 해서 실거주를 하고 있는 지금 집에 대해 우리 부부는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행복한 우리 집에서의 다양한 추억을 쌓을 수 있었고, 입주하면서부터 쭉 같이 자라온 친구들, 이웃과의 관계가 안정적인 생활환경을 다질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2년마다 집주인에게 어떤 연락이 올지 초조하게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벽을 뚫고 싶을 때 마음껏 뚫어도 되고 아이들 때문에 벽지가 좀 망가져도 얼마를 물어줘야 할까 전전긍긍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우리 집이니까 정말 우리 맘대로 할 수 있었다. 생애 첫 주택, 다자녀, 신혼부부 등 적용 가능한 모든 조건을 사용해 초저금리로 정부상품이던 보금자리론을 대출받았으니 한참 어려웠던 고금리 시대에도 큰 부담 없이 잘 지나갈 수 있던 혜택도 누렸다.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 흐름 속에서 우리 가족 편하게 쉴 수 있는 집 하나는 갖고 있다는 묘한 안정감이 분명히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 집에서 실거주하며 우리 가족이 누렸던 안정감과 행복은 엄청났다. 물론 이런 행복함도 누리며 집값도 올라줘서 자산증식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인생이 어찌 그리 내 맘대로 될까. 지금이라도 서울집을 사라고, 부자만 실거주하는 거라고, 서울집을 갭투자로 사두고 실거주하는 곳은 월세나 전세로 살라는 말들에 머리로는 적극 동감하지만 그 속에서 어떻게 우리 가족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너무 부담이 되는 부동산은 오히려 독이 되겠지만 적당히 일 잘하는 부동산을 찾아 수익성과 삶의 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도록 열심히 손품, 발품을 팔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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