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귀를 막아주는 아이
Feat. 당연하지의 김종국인 줄
마음이 아픈 지 3~4년.
아이 인생의 절반을 아픈 엄마로 있다 보니 아이는 아픈 엄마가 더 익숙할지도 모른다.
사람들 수다소리, 큰 음악소리, 반복적인 소리 등 미소포니아 증세까지 있어 늘 귀마개를 다니고 다닌 엄마가 익숙한 걸까.
오늘 저녁 남편과 아이와 같이 롯데리아에 갔다가 번호표 기계음에 또다시 신경이 예민해지고 몸이 좋지 않아 인상을 쓰니 아이는 치즈스틱을 먹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조그마한 두 손바닥으로 내 두 귀를 살포시 덮어주었다.
"엄마, 시끄러워?" 하며.
마치 20년 전 한 예능프로 그램 중 '당연하지'코너에서 배우 이민기가 가수 김종국에게 "너는 (윤은혜) 안 좋아하냐?"라고 한 질문의 답을 듣고 상처받을 윤은혜의 귀를 막고 '당연하지'를 외친 모습이 7살 아이에게서 오버랩되었다.
아이의 그 말이 있기 전만 해도, 온몸의 신경계가 화 게이지를 99프로로 끌어올리며 언제라도 "start"버튼 하나에 화산 분출하듯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작은 행동에 내 신경계는 급하게 비상사이렌을 울렸고 화 게이지는 곧장 0에 수렴했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혹시 전생에 이 아이가 내 엄마였을까? 싶은 순간이.
그래야 이 아이가 나에게 건네는 모든 손길들이 이해가 되는 때가 종종 있다.
엄마 같은 아이.
아이 같은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