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끝을 견디는 힘보다,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결단
나 조차 확신이 없을 때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리더로 일하다 보면, 겉으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흘러가지만
속으로는 이미 몇 번이고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다.
회의를 마치고 혼자 남았을 때,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때,
이게 맞나?라는 질문에 더 이상 확신 있게 답할 수 없을 때.
처음엔 그런 질문 자체를 밀어냈다.
리더라면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이미 시작한 이상 끝까지 가는 게 책임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의심이 들어도 멈추지 않았고 일단 버티자, 끝까지 가보자-라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불확실한 시간이 길어지고 나조차 확신이 흐려질 때 깨달았다.
이대로 계속 가는 건 책임감이 아니라 이미 선택한 것을 바꾸지 못하겠다는 두려움에 더 가깝다는 걸.
실패나 판단 오류를 인정하기 싫어 애써 밀어붙이는 모습이라는 걸.
물론 어떤 일은 끝을 보고 나서야 정리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 과정에 계속해서 더 큰 비용과 에너지가 들어가고,
그럼에도 방향이 선명해지지 않는다면 그땐 멈출지, 바꿀지를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문제는 그런 순간이 늘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중요한 건, 한 번의 결단으로 모든 걸 정하려 하기보다
작게 실행하고 판단의 기준을 미리 설계해 두는 것.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건 모든 걸 내려놓고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뜻이 아니다.
더 열심히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때, 설명은 되지만 확신은 사라졌을 때, 팀을 이끄는 힘보다 스스로를 설득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들 때.
이런 때에 필요한 건 더 큰 용기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선택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여유였다.
그 여유는 도망이 아니라,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배움에 가까웠다.
리더가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조직도, 시장도, 사람도 처음 그렸던 방향 그대로만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미 여기까지 왔다는 이유만으로 방향을 고정해버리면,
그 순간부터 성장은 서서히 버팀 또는 정체가 되버린다.
나는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이렇게 이해하게 됐다.
다시 시작하는 리더십이란 지금까지의 선택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다시 해석하는 일이고,
실패를 덮는 게 아니라 다음 선택의 재료로 쓰는 태도이며,
무엇보다 스스로를 한 번의 결정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좋은 리더란 가장 멀리 간 사람이라기보다는
가장 여러 번, 스스로를 다시 시작하게 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스타트업리더십 #리더도정답을모를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