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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Mar 23. 2019

애 둘 엄마에게 면접이란?

엄마는 구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ft. WECONNECT)

호기롭게 휴직서와 사직서를 던진 지 반년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장의 이력서와 몇 번의 면접과 몇 번의 합격이 있었지만 도저히 타협 불가능한 이유로 여전히 구직 시장을 기웃거리는 중입니다. 아직은 퇴사를 후회하진 않지만, 글쎄요, 조만간 전 회사 대표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사직서 반려해달라고 매달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휴직할 때만 해도 이직이야 쉬울 줄 알았습니다. 한 군데 붙었다 철야와 출장이 많은 걸 뒤늦게 알고 거절한 상태였거든요. 여기저기 이력서 넣으면 전 회사와의 악연도 쉽게 끝날 줄 알았습니다. 휴직 후, 한 달 동안 둘째 새 어린이집 적응과 이사를 마치고, 구직 사이트를 찾아보며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6년 전과는 회신 빈도가 사뭇 다릅니다. 나 문제일까요, 엄마인 게 문제일까요, 아님 둘 다일까요?


그러다 휴직한 지 3개월쯤 되던 때, 면접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갈까 말까 고민을 했습니다. 좀 외진 곳이었거든요. 여태까지 못 구한 이유 중 하나가 -아이들을 위해-출퇴근 거리가 가까운 시내의 직장을 찾아서였는데, 시간 상으로는 거의 서울 출퇴근과 다를 바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인 데다, 대우도 좋 '그래, 일단 가보자!'하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운전 시작한 지 3개월 된 초보라 한 시간을 헤매 겨우 업체 사옥에 도착했습니다. 회의실로 저를 안내한 인사담당자는 인상이 좋아 보였습니다.

"미씨가 저희가 검토한 이력서 중에 제일 반응이 좋아서요."

설계팀은 한 명뿐이고, 외주를 주던 업무를 맡아서 할 직원을 뽑는터라 인수인계도 없다고 했습니다.

"이전 작업물 좀 볼 수 있을까요?"

다행히 이전 회사에서 하던 작업과 같은 내용의 시안 작업이었습니다.

"회사 홈페이지 관리도 해야 하는데, 그건 간단하니까요."

그 정도야, 뭐, 가능하죠.

"R 프로그램 다룰 줄 아세요?"

"전 회사에서 썼었는데 5년 전이라서.. 써보면 기억이 날 것 같습니다."

"그럼, 금방 되겠네요."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습니다. 이 질문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런데 왜 이직하시나요?"

"제가 아이들 때문에 집에서 가까운 직장으로 옮겼으면 해서요."

갑자기 의자 등받이에 기대는 인사담당자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습니다.

"아, 그래요? 몇 살인가요?"

"4살, 5살입니다."

"아이고, 힘들 텐데.. 부모님이 맡아주지 않으세요?"

"멀리 계시고, 직장이 있으셔서요. 바로 등하원 도우미 구할 예정입니다. 전 회사에서도 썼었고요."

"그래도 밤새고 그러면 어려울 텐데..."

"야근이 많나요?"

"아뇨, 그래도 성수기 때는 좀 있어요."

야근이 많다는 건지, 적다는 건지 알 수 없는 두리뭉실한 대답. 그 기간 때문에 취업 문턱에서 밀려나고 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는 두 시간 면접의 반 이상을 제 아이들 안위 걱정으로 채웠습니다. 며칠 후에 준다던 연락은 없었고... 그렇게 면접에서 떨어졌습니다.




세 달 뒤, 위커넥트에서 주최한 '회사 분석 레시피' 워크숍을 다녀왔습니다-'위커넥트'는 '임팩트커리어'와 협력하여 24일까지 소셜벤처의 경력단절 여성 공동채용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있습니다-. 답이 없는 현 상황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해서 성수동까지 달려가 보았습니다.

총 4명의 엄마가 모여 여기까지 오게 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들 육아에 치이고, 취업의 벽에 치 지쳐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가지 다행인 , 경력을 가진 인력이 필요한 소셜벤처와, 경력은 가졌지만 나서지 못하는 엄마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생겼다는 점일까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임팩트 체인을 분석해서 본인이 가진 역량과 결합점을 찾아내는 방법을 배운 수업이었습니다. 어제 한 기업에 지원을 해 보았고요.




말로만 듣던 경단녀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 핑계도 대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와 엄마, 가족 모두가 행복한 결론이 어딘가엔 있겠지요. 그걸 찾아낼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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