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척 하지만 사실 나는 변태다. 가끔 브런치 요정의 간택을 받아 내 글의 조회수가 올라가는 걸 꽤나 즐긴다.
짤에 재미 들린 삼십 대 후반 M모씨
'조회수=글 실력'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그것도 많이- 읽어준다는 건 신나는 일이다. 그걸 확인하려 통계 버튼을 자주 누른다. 앱 푸시를 허용하면 그런 수고가 없을 테지만, 그것 없이도 이미 집착하고 있기에 미련하게 앱의 알람을 끄고, 한 번씩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통계항목에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알 테지만 제일 아래에는 '유입 키워드'라는 하위 항목이 있다.Daum 검색으로 글이 검색되어 들어오는 모양인데, '아, 사람들이 내 글 중 이런 부분에 관심이 있었구나...' 하는 참고가 된다. 보통은 한 번 쓱 둘러보고 마는데, 가끔 가슴을 쿵하게 만드는 검색어가 있다.
'애엄마가 할 수 있는 일'
'아이 뒷바라지 언제까지'
이 검색어의 주인은 얼마나 답답한 상황일까. 나처럼 육아의 무게와 주변의 무시를 떨쳐버리고 싶었을까, 아니면 돈이 필요했을까. 분명 '무자본 창업, 주부 가능, 월 ~백 보장!'같은 문구 사이에서 헤매다 내 글까지 흘러들어 왔으리라. 두 번째 검색어도 상황은 비슷할게다. 도대체 언제까지 나를 갈아 아이를 인간으로 만드는지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답답함을 참다못해 검색창에 마음을 토로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검색어 하나로 그 모든 상황을 짐작할 수 없지만, 그들의 상황과 나의 많은 부분이 맞닿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검색어를 한 번씩 볼 때마다 마음이 쿵! 쿵! 떨어진다. 혼자서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지... 안쓰러움 마음까지 든다.
-지금은 지웠지만- 브런치 북 프로젝트를 위해 생전 처음 브런치 북을 만들며 거창한 서문을 썼던 기억이 난다. '완벽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음을, 부족한 저를 희망의 증거로 보여주고 싶다...'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뭔가 그럴듯한 말을 쓰고 싶어 썼지만 '누군가의 희망의 증거가 된다'는 게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몰랐기에 가능했다. 홀로 서는 것조차 버거워하면서 누가 누구에게 희망을 준다는 걸까. 휴직을 끝내고 멋진 워킹맘이 되기는 커녕 면접마저 어려워 허덕거리는데 내가 다른 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대중에게 내보인 글의 해석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재미를 목표로 쓴 글에 위로를 받을 수도 있고, 위로를 목표로 쓴 글에 재미를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다. 두 개의 검색어로 들어온 그녀들이 어떤 글을 보았을지,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어떤 해답을 발견했을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여기에서 휴식할 틈이라도 얻었다면 감사한 일이다.
부족한 글이지만 계속 써야겠다. 쓰다 보면 또 다른 안타까운 검색어의 주인공이 내 글을 보게 될 테니. '그런 고민을 하는 건 당신 혼자만이 아니에요.'라는 심정으로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