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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Feb 19. 2020

어쨌든, 철학

거창한 담론이 아닌 나의 이야기기에

철학 공부를 하고 있다. 오픈 카톡으로 카톡 철학 스터디 방을 만들어 내가 찾은 자료를 공유하고 공부를 독려하는 일을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한 시즌 당 3주, 두 시즌을 지나 이제 세 번째 철학자인 '니체'를 공부하고 있다.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이 본다면 뜬금없이 무슨 철학 공부야?라고 물을 수도 있겠다. 나도 내가 철학 공부를 하게 될지 몰랐으니까. 어쨌든 모여서 공부를 하게 되면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거란 예상으로 시작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철학에 꽂힌 최초 계기는 사르트르의 다음 구절 때문이었다. "타자는 나를 옭아매지만, 동시에 타자의 시선이 나의 존재 근거가 되기도 한다." 문장이 문득 눈에 밟혔다. 나를 더 많은 타자에게 드러낸다면 내 존재는 더 단단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 휴직 후, 사람에 질려 책만 보며 칩거하다시피 하길 몇 개월, 혼자 지내다 보면 회복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반대로 점차 연약해지는 자아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던 무렵, 몸에 꼭 맞는 옷처럼 사르트르의 구절이 다가왔던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너를 드러내. 스스로가 불만족스러운 건 이상한 게 아냐. 모두 그렇게 느끼니까.


그 후에 접한 구조주의는 어떤 재미를 주기까지 했다.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게 이 사상에 영향을 받은 거라고? 옛날에는 나와 다른 문화를 드러내 놓고 비교하는 게 당연했다는 거지? 현 사회의 가부장제, 수직문화... 이게 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는 건 아니라는 거지? 칸트를 알면서 왜 법이 동기를 봐주는지, 마르크스를 알면서 왜 한 번씩 불황이 찾아오고 장기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 당연하다 여기기만 해던 현상들의 원인이 조금씩 보였다. 지금 공부하는 니체를 읽으며 우울에 빠진 나를 다룰 실마리도 배워가고 있다.

 

철학은 아마 생각의 건강검진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생각, 내가 살고 있는 현재 사회 전반의 생각을 검토한 후, "여기, 여기가 좋지 않습니다. 주의하세요."라는 철학자들의 진단을 새겨듣는 것. 인문학의 부재를 개탄하는 이유도 그래서이지 않을까.


꽤 아는 것처럼 써놨지만 사실 아직 헤매는 중이다. 지금 하는 철학 공부가 열매를 맺어 나를 바꾸고, 내 글을 바꾸고, 읽는 독자들도 바꾸는 꿈같은 날을 소망하며 더듬더듬 읽어나갈 뿐. 죽기 직전까지 책을 쓰고(마르크스), 미치기까지 책을 쓰며(니체) 그들이 인류에게 남기려 했던 말이 무엇인지 한 번쯤 귀 기울여도 나쁘진 않을 것같다.  



https://blog.naver.com/purrrrr/221807526095


Photo by Carl Cervante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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