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팔 할은 열등감이 지배했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친구를 보며, 촌구석 초중고 시절 늘 나를 가볍게 앞질렀던 전교 일등 짝사랑을 바라보며, 난 늘 뭘 해도 부족하다는 내면의 목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친구들이 성장해 대기업에 입사하고, 집을 사고, 명품을 두르는 동안 나도 성장해 그런 것 하나없이 유일한 소유물인 부러움을 숨기는 훌륭한 어른이 되었다.
부러운 사람들은 어디에나 존재했다. 누군가는 인기가 많았고, 누군가는 돈이 많았고, 심지어 누군가는 마음의 평안마저 많았다. 그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내가 채우지 못한 구멍을 뼈저리게 느끼며 안그런 척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게 나에게 더 노력하라는 경고임을 애써 무시하며.
이 곳, 브런치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많은 구독자를 가졌고, 누군가는 출간 제안을 받는다. 여기서 쓰기 시작한 지 일 년. 왜 이 곳에 새로운 작가들이 많이 유입되면서도 동시에 많이 사라지는지 처음에는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재미로 시작한 글쓰기이지만 어느 순간 증명을 해야 할 때가 오기 때문이다. 자, 메인에도 몇 번 밀어줬고, 그래서 구독자도 생겼으니 너도 무슨 결과를 내놔야지? 비록 드러내 놓고 압박을 받지 않지만 하나, 둘 떠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이곳에 남는 건 시간낭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 잔인하게는 내가 재능이 없다는 결론마저 이른다.
나는 책을 내거나-타인에게는 모르겠으나 내게는 독립출판은 부족하다-, 강연을 하거나, 혹은 엄청난 인기로 인플루언서가 되지 못했다. 개인적인 활동 몇 개를 하고 있지만 사실 돈이 되진 않는다. 나의 모든 노력은 '돈'이라는 결과가 나오지 못했기에 없는 것으로 치부된다. 심지어 스스로에게도. 약 백 편의 글을 쓰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도, 그걸 홍보하기 위해 들인 공도, 모든 게 '일'이 아닌 '취미'로 격하된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읽고 필사할 책이 산더미다. 상황이 이럴진대, 과연 프로의 세계가 아마추어보다 더 힘든 건지 -그들은 보상은 받을 테니-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면 누군가는 물을 게다. 누가 시켰어? 네가 좋아서 스스로 하는 거잖아?라고. 그렇다, 나는 스스로 이 '글쓰기'라는 무간지옥에 내 발로 걸어 들어왔고, 전도까지 했다. 그러니 글로 하소연 한 번 못할까.
인정부터 해야겠다. 사실 부러웠다. 내가 가지지 못한 사교성을, 재능을, 에너지를 가진 그들을.-단순히 재능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지만 그렇지 않으면 내가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되기에 잠시 단순화 하자- 열등감을 이겨내기 위해 그들이 가지지 못한 나만의 장점을 찾으라지만, 사실 없다. 글 쓰는 바닥에서 글 쓰는 재주 외에 다른 무언가를 자랑할 수 있을까? 나는 포토샵을 쟤보다 잘 써요! 캐드로 도면도 그린답니다! 이런 게 여기서 통할까?
그렇기에 스스로를 착취하는 희망고문을 오늘도 반복하며 '포기'라는 단어를 머리에 떠올린다.
그리고 '아직은'이라는 미련한 단어 또한 떠올린다.
나는 아마 계속 열등감에 시달릴 게다. 구멍이 숭숭 뚫린 엉성한 사람이니까. 그걸 스스로도 잘 아니까. 그 구멍을 똑바로 보고 내가 원하는 걸 직시하면 또다시 나를 착취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나는 글에 빠졌으니까, 결과 하나 내주지 않는 글이 밉지만 헤어질 수 없으니까. 오늘도 열등감에 찌든 여자는 글과의 막장 연애를 지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