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에서 선불카드 두 장을 받은 날, 카톡으로 남편과 메뉴를 고민했습니다.
"카드 나왔어! 뭐 먹을까?"
"먹고 싶은 거 시켜. 일찍 갈게."
"그래? 나 세꼬시 먹고 싶다, 세꼬시~"
"ㅇㅇ"
그날 남편은 야근. 세꼬시 회식 1차 시도 대실패.
남편 월급날에 2차 시도를 했습니다.
"뭐 먹을까?"
"회! 세꼬시!!!"
"그래 일찍 갈게."
그리고 늦은 퇴근으로 그냥 집밥. 2차 시도도 실패.
그리고 연휴에 회를 내놓으라며 난동을 부려 겨우 배달을 시켰습니다.
"맛있어?"
"응! 근데 내가 말한 세꼬시는 이게 아닌데?"
"너 저번에도 그 말했어."
"헐..."
남편이 시킨 건 '도다리 세꼬시' 였으나, 제가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매던 건 '아나고 세꼬시' 였던 겁니다. 어떻게 얻은 기횐데, 어흑.
어릴적엔 비리다고, 학을 떼며 싫어하던 회가 요즘은 가끔 그리워집니다. 올 여름엔 친구들과 소주를 곁들여 아나고 세꼬시를 즐길 수 있을까요? 그 고소한 맛과 두런두런 나누던 이야기가 그리워지는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