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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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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May 13. 2020

어쨌든, 세꼬시

지자체에서 주는 재난지원금을 받으니 통이 커지는 느낌입니다. -원래 그러라고 주는 돈이긴 하지만- 요새 동네 슈퍼를 참새 방앗간처럼 들르고, 집밥이 지겨울 때면 배달도 거리낌 없이 시키는, 전례 없이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죠. 재난지원금을 받고 제일 먼저 지른 게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회. 그날을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납니다.


주민센터에서 선불카드 두 장을 받은 날,  카톡으로 남편과 메뉴를 고민했습니다.

"카드 나왔어! 뭐 먹을까?"

"먹고 싶은 거 시켜. 일찍 갈게."

"그래? 나 세꼬시 먹고 싶다, 세꼬시~"

"ㅇㅇ"

그날 남편은 야근. 세꼬시 회식 1차 시도 대실패. 

(c) https://theqoo.net/ktalk/1214801805


남편 월급날에 2차 시도를 했습니다.

"뭐 먹을까?"

"회! 세꼬시!!!"

"그래 일찍 갈게."

그리고 늦은 퇴근으로 그냥 집밥. 2차 시도도 실패.

(c) https://giphy.com/gifs/simpsons-homer-bushes-3ohs7KViF6rA4aan5u


그리고 연휴에 회를 내놓으라며 난동을 부려 겨우 배달을 시켰습니다.

"맛있어?"

"응! 근데 내가 말한 세꼬시는 이게 아닌데?"

"너 저번에도 그 말했어."

"헐..."


남편이 시킨 건 '도다리 세꼬시' 였으나, 제가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매던 건 '아나고 세꼬시' 였던 겁니다. 어떻게 얻은 기횐데, 어흑.

(좌) 도다리 세꼬시, (우) 아나고(붕장어) 세꼬시 - (c)https://meesig.com/items/575 


어릴적엔 비리다고, 학을 떼며 싫어하던 회가 요즘은 가끔 그리워집니다. 올 여름엔 친구들과 소주를 곁들여 아나고 세꼬시를 즐길 수 있을까요? 그 고소한 맛과 두런두런 나누던 이야기가 그리워지는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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