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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Mar 22. 2021

아트테이너에 대한 단상

이런저런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선 침묵해야 한다.


오스트리아 태생 어느 철학자의 말이다. 유튜브, 소셜미디어 -그리고 필자까지 포함해- '말'이 넘쳐나는 시대에 참 어울리지 않는 문구이기도 하다. 우리는 온라인에서 어떤 '말'을 흘리고 다녔을까. 이제는 한풀 꺾인 논쟁을 쓴다는 것 또한 쓸데없는 말 같지만, 그것에 관한 내 심경변화를 쓰는 건 비트겐슈타인도 봐주겠지.


전부터 현대 미술에 조금 관심이 있었다. 팬데믹 전엔 전시회 나들이를 즐기거나, 관련 독서모임에 참석하곤 했으나, 아직도 현대 미술은 아리송하다. 그러니 지적 허세 아니냐 뭐라 해도 사실 할말은 없다. 


약 일 년 전에 가수 조영남이 대작 논란으로 인해 대법원까지 간 적이 있다. 구매자들에게 그가 '외주'로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숨겼다는 이유로, 구매자도 아닌 검사가 사기죄로 기소를 한 사건이다. 그때 난 우습게도, '조영남이 아이디어만 제공한 작품이 조영남의 작품이냐'는 중심 논쟁을 빗겨 나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다.


실력이 아닌, 유명세로 비싼 작품 가격을 만드는 게 공정할까?

 

미대를 졸업한 신진작가의 경우, 호당(캔버스 사이즈 단위, 대략 엽서 크기) 단가는 3만 원 전후, 이후 전시회 등의 커리어나 판매율에 따라 가격이 점차 올라간다. 보통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포기하는 작가가 속출한다. 하지만 조영남은 친분과 팬을 이용해 현재 호당 50만 원에 그림을 판매하고 있고... 나는 그게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사실 조영남은 60년대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기에 어폐가 있다- 지드래곤, 하정우, 구혜선. 연예계와 예술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이들이 좋게 보이지 않았다. 너무 쉽게 돈 버는 거 아닌가, 내가 저런 그림을 그린다면 아무도 안 사줄 거잖아, 같은 질투의 감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차에 이번엔 최근 솔비 사태가 터졌다. 케이크 디자인을 표절했다거나, 그 케이크 판매 중에 위생문제가 터졌다거나 하는 비난들. 솔비는 오마주를 인정했고, 판매 페이지는 있었으나 판매하지 않았고, 문제가 된 카페의 소유주는 그녀가 아니다. -아마 동업자이거나, 이름을 빌려주고 이득을 얻는 소위 '바지사장'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혹은, 대중이 상상하는 최악의 이미지처럼 대중을 기만하고, 조롱하려고 'Just a cake' 전시를 기획했을지도 모른다. 둘 다 정말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명확한 진실을 알 수 없다. 스스로를 돌아본다면, 아마 논쟁의 주인공 자신도 모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사실 당시 나는 아트테이너에 대한 반감과 '곰팡이 케이크'라는 자극적인 기사에 화가 나서 그녀의 인스타를 찾아갔으나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상상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 그곳에 펼쳐져 있었기에. 예술에 대한 진심과 삶의 고민의 흔적들이 나의 입과 손을 막았다. 그런 건 꾸밀래야 꾸밀수도 수 없는데. 나는 그녀에 대해 한 마디도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얼마나 편협하게 '말할 수 있다' 확신했던가. 나에 대해선 단편적인 판단을 거부하면서 타인은 얼마나 간단히 정의했던가. 앞서 언급한 아트테이너들은 정말 쉽게 돈을 벌고 있는 걸까.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선 침묵해야 한다. 




(c)https://www.youtube.com/watch?v=t3hjpC0lw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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