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 신입 일기_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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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외모가 경쟁력을 넘어 전부가 돼버린 시대. 요즘 젊은 세대는 얼굴 외에도 탄력 있는 몸매까지 종합적으로 본다던데... 숨 쉬는 것도 버거운 마흔 신입은 그럴 겨를이 없다. 당장 거울에 보이는 주름살 해결이 최우선 과제일 뿐.
포털 메인에 오른 여배우 기사를 눌렀다가 댓글에 셀프상처를 받았다. 주름살이 보인다는 둥, 탄력이 없다는 둥. (이 분이 80년생인데 댓글 무슨 일이야, 연예인 하려면 뱀파이어라도 돼야 하나?) 나는 그분보다 나이가 적은데 팔자주름은 물론이고 이마에도 주름이 자리를 잡아간다. 아마 나를 찍은 게티이미지가 포털에 오른다면 악플러들의 축제가 벌어지겠지.
예전부터 외모에 관심이 많았다. 속칭 코덕-코스메틱, 화장품 덕후-인지 오래되었는데, 20대에는 쓰지도 못할 메이크업 제품을 사들이는데 공을 들였다면, 나이가 들어서는 기초 화장품 쪽으로 관심사가 바뀌었다. 나이가 깡패라고, 현란한 메이크업으로 가리지 못하는 탄력이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자연스레 일어난 변화였다. 후엔 그보다 더 나이를 먹어가며 아무리 비싸고 좋은 기초제품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종착지는 시술과 수술로...)
입사 초기에는 띠동갑이 넘는 동료들의 패션을 나도 모르게 따라 하기도 했다. 크롭티와 와이드진. 뭐 그런 류의 옷을 감각적으로 소화하면 그들의 활력을 나도 가질 수 있을 거라 착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러기엔 내 배는 플랫 하지 않았고, 자궁 질환을 걱정하는 내 현실만이 부각된다는 걸 머지않아 깨달았다.
사실 나에게 직접적으로 외모를 지적한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다. 하지만 어느샌가 마음 속에 자리잡은 외부의 기준은 거울 속 주름들이 내 얼굴임에도 불편하게 만든다. 자기 관리를 해! 시술이라도 받아! 아니면 저렴하게 이백 만 원짜리 미용 디바이스라도 사서 문질러보든가! 이렇게 게으르게 스스로를 컨트롤 못하면 어쩌자는 거야!
누군가는 <은교>의 명대사,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는 말로 나를 위로할지 모르겠다. 노화는 벌이 아니라고. 신경쓰지 말라고. 주름살이 없어지면 더 매력적일까? 더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나는 어쩌면 의욕만큼 성공적이지 못한 커리어를 외모로 보상받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외모보다 '내 일'에 집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