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민감한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맘충’과 ‘노키즈존’에 대해서 말이죠. 언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유아를 동행한 부모가 식당에 온 것을 봤다. 번갈아가며 아이 어르며 밥 먹고, 다 먹은 후엔 그릇 정리하고, 챙겨 온 비닐과 물티슈로 식탁과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 찌꺼기까지 싹 치우더라.”
거기에 달린 댓글은
ㄴ”저런 부모들만 있으면 맘충이란 말 안 나오지.”
ㄴ”ㅇㅇ흔치 않은 개념맘이군요.”
그러나 그 글과 댓글을 보는 저의 마음은 썩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몇 년 전, ‘루저’ 발언으로 터진 ‘김치녀’ 사태에, “나는 명품 같은 거 몰라. 그냥 튼튼한 거 골랐어.”라며 새로 산 가방을 애써 깎아내리는 친구를 본 기분과 비슷했습니다. 편하게 먹으러 온 식당에서 저렇게까지 ‘개념’을 탑재해야 하는 걸까? 입장 바꿔 ‘맘충’ 아닌 일반인은 식탁이나 바닥에 음식물 한 조각도 안 흘리나? 애초에 아이를 낳은 게 무슨 죄여서 이렇게 밥 한번 먹으려면 온갖 눈치를 봐야 하나?
2일 아침 TV-아침마당-에서 노키즈존에 대한 찬반토론을 하더군요. 찬성하는 입장은 ‘쾌적하고 안전한 식사 환경을 위한 업주의 선택이다.’라는 이유였고, 반대하는 입장은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차별을 거론하며 갑론을박을 벌였습니다.
ⓒ KBS1 ‘아침마당’ 방송 캡처
찬성파의 의견도 옳을 수 있습니다. 다른 손님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선, 그리고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를 막기 위해선, 아이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자녀가 가게를 뛰어다니던 말던 신경도 안 쓰는 ‘맘충’도 있을 테지요. 없다고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뜬금없지만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을 아시는지요? ‘어느 회사에나 일정 수준의 또라이가 존재한다’는 법칙입니다. 그것은 어느 집단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엄마 집단에도 또라이는 일정량 존재하죠. 그 또라이를 전체로 보고 엄마와 아이를 아예 식당에서 막을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아침마당에 출연한 정우열 정신과 전문의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흡연을 금지한다고, 흡연자를 막을 것인가. 아이가 말썽을 피운다고 노키즈존을 만드는 건 부모를 위축되게 하고 편견을 만든다.’
저도 동의합니다. 방만한 부모나 말썽쟁이 아이가 있다면 당연히 페널티를 주고, 퇴장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걸 거부해 생기는 갈등을 피한다고 ‘노키즈존’ 팻말로 덮어버린다면 ‘차별’이라는 더 큰 갈등을 불러올 뿐입니다.
아이가 없을 땐 경찰서 한번 간 적 없는 평범한 시민인데, 왜 아이와 함께 있으면 '예비 맘충'이 되어 손가락질도 모자라 문전박대까지 당해야 하는지 저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맘충’이 될지도 모르는 아이 엄마로서 호소하건대, 모든 엄마나 아이를 ‘맘충’ 혹은 ‘골칫거리’라는 한 카테고리로 묶지 말아 주세요. 당신이 ‘뭘 모르는 그냥 미혼 남녀’가 아니듯, 저도 ‘그냥 맘충’, 저희 아이도 ‘그냥 골칫거리’가 아닙니다.
-참조-
[종합] ‘아침마당’ 김정연-이상벽-오수진 변호사-정우열 전문의… 노 키즈존, 과연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