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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May 26. 2019

영원할 줄 알았어?

※주의 : TMI! -안물안궁한 잡다한 이야기입니다-

1. 팔꿈치 아토피 때문에 피부과를 방문했습니다. 온 김에 손가락 한포진-면역으로 인해 발생하는 습진의 일종-도 진료받아야겠다 싶어 손을 들여다보니 깨끗합니다. 언제 없어진 거지? 둘째를 낳은 직후 발병해 2년 넘도록 지긋지긋하게 붙어있던 병이었습니다. 손가락 사이 빨간 물집이 부끄러워-정확히는 불쌍한 듯 쳐다보는 눈빛이 부담스러워- 어디 가서 손을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유명한 피부과도 찾아다녀봤지만 독한 약 덕분인지 몸 상태만 나빠질 뿐 수포는 그대로였습니다. 피부병이 대게 그렇듯, 비용 대비 효과 더뎠습니다. 결국 약을 포기하고 보습제만 발라주다 그마저도 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휴직 반년, 신경 쓰지 못한 사이 병이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신경쓸 때는 안 낫더니… 허탈했습니다.


2. 멀어졌던 친구와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붙어 다니던 절친이었지만 이십 대 초반 사소한 싸움으로 멀어진 후, 지금은 ‘그냥 아는 동네 친구’가 된 사이였습니다.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 L은 그대로였습니다. 곁에 있으면 심심할 틈 없는 친구, 리더 역할이 자연스럽고, 주변에 사람이 끊이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지금도 자신감 넘치 모든 이야기를 주도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것이 불편했습니다. 나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한 번쯤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어린 시절 L을 좋아하게 했던 특성이 이제는 반대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 친구는 그대로인데, 제가 변한 것이었습니다.


3. 제가 주식시장에 입성한 작년 18년 10월은 ‘산타 랠리’-12월 초반부터 1월까지 상승세가 지속되는 현상-가 무색할 정도의 폭락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인버스펀드 종목 토론방에는 마치 재림을 기다리듯 대폭락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습니다-그렇습니다. 저도 포함입니다-. 개중에는 상당한 안목으로 세계 경제를 분석해 이후 주가 하락, 상승 여부를 연이어 맞추는 고수도 있었습니다. 그를 포함한 모두가 ‘10년 주기설’의 대폭락이 오리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1월 중반부터 주춤한 하락세는 2월부터 완연한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그들은 종토방에서 사라졌고… 5월부터 다시 주가는 박스권에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4. 우울에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 꼭 해주던 조언이 있습니다. 지금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 불행한 현실도, 거지 같은 기분도 다 지나간다는 뻔하면서도 잊기 쉬운 사실 말입니다. 끝없는 불행함에 찌든 20대 시절이 영원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결혼하고 가정을 이뤄,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무엇이든 변합니다.


5. 글을 쓰거나, 공부를 할 때 막함에 압도당해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아마 나는 영원히 멍청이로 남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 변하지 않는 주변 사람을 보며, 나의 변화도 글렀겠거니... 하는 체념이 종종 엄습합니다. 하지만 영원한 건 없습니다. 시간의 여정 속에 우리는 시시각각 변하며 미래의 자신을 놀라게 할 것입니다. 그러니 좀 더 나은 변화를 위해 몸부림쳐봐야겠습니다. 지금 글 한 페이지를 작성하는 것이, 겨우 30분에 한 페이지 푸는 연습 문제가 무의미해 보일지라도. 그것이 미래의 나를 새로운 문으로 이끌어 줄 테니까요.




Background image (c) by skeez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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