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스타트업팜므-여성 스타트업 지원 플랫폼-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창업 아이템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오늘 마감되는 지원사업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어머 이건 운명이야!... 라기 보단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아이들을 어린이집 보낸 후 지원서 파일을 열었습니다. 처음 쓰는 거라 그런지 조금 쓰다 막히고 조금 쓰다 막히길 수차례. 집중력과 인내심이 바닥나 엉덩이가 들썩거렸습니다. 시간은 2시 30분. 지원서는 50% 정도 작성해놨고, 마감시간은 6시였습니다.
'그래, 애들 오기 전까지 청소랑 설거지는 해놔야 하니까.'
집안일을 핑계로 잠시 가진 휴식시간. 열심히 설거지를 하던 중, 갑자기 '틱'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음? 설거지를 끝내고 돌아서니 집이 어두워 전등을 켜려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냉장고도, 밥통도, 정수기도 모두 잠든 듯 조용합니다. 정전인가... 두꺼비집을 여니 차단기가 내려가 있었습니다. 올리면 내려가고, 올리면 내려가고. 안 되겠다 싶어 관리실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째깍째깍, 시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기사님은 두꺼비집을 붙잡고 한참 씨름하더니 다시 전기 들어올 거라고, 또 이러면 전기 수리 업체를 불러야 한다는 언질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시간은 3시 30분. 아이들을 픽업하러 나갈 시간이었습니다. 시간 연장 바우처를 쓸까, 잠시 고민했지만 선물도 드리지 못한 스승의 날에 그건 너무 양심 없는 행동 같아 보였습니다. '어차피 가망 없는데 지원서는 그만 쓰자.'라 생각하면서도 차키를 집어 들었습니다.
차로 아이들을 픽업해 집으로 돌아오니 시간은 4시 15분. 평소라면 씻기고, 밥 먹이고 쉴 틈 없이 일할 시간이지만 둘이 놀게 놔두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남은 1시간 30분을 말 그대로 '달려' 작성과 제출을 완료했습니다.
아마 떨어지겠죠. 누락한 서류도 있고, 검토할 시간조차 충분치 않았으니까요. 알면서도 왜 저는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했던 걸까요? 포기라면 누구보다 빠른 사람인데 말입니다. 심지어 집안일 핑계로 몸이 먼저 거부했는데 왜 다시?? 그건 아마 너무 간절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 이상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 놓인 하나의 기회였으니 말이죠.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나 봅니다.
정전은 제가 작성하던 서류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깨달을 기회를 주었습니다. 목표를 이뤄가며 마주치는 크고 작은 역경도 마찬가지겠죠. 역경은 목표가 내게 어느 정도의 가치인지 묻는 질문입니다.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우리의 행동은 충분히 대답하고 있습니다.제출한 아이디어는 비록 뽑히지 않더라도 한번 발전시켜봐야겠습니다. 작은 시도치고는 제 행동이 꽤 크게 대답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