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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Sep 19. 2019

수정 지옥? 수정 천국!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다 보면 

나는 실내 디자인을 하는 직장인이다.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그렇듯 수정의 지뢰밭을 넘고 넘는 일이 다반사다. ‘00프로젝트-190919-rev10-fin3-차장님컨펌완료진짜마지막.dwg’라고 이름 붙인 도면을 A3용지에 출력해 대표실에 들어간다. 열중 쉬어 자세로 한숨 섞인 비아냥을 듣다 보면 ‘저 인간 뒤통수를 후려치고 도망가도 정당방위가 되지 않을까?’하는 망상까지 들 정도로 도면 변경이 지긋지긋해진다. 그럼에도 대표실을 나올 때는 항상 수정할 거리가 한 무더기다.


내가 글쓰기라는 취미를 지속한 데는 이런 본업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사수, 엔지니어, 고객, 대표 모두에게 확인 받아야 하는 수정의 연속. 퇴고의 본질도 그와 비슷하다. 나의 눈으로 작업한 글을 독자에게 확인 받는다는 마음으로 다시 보아야 한다. 틀린 맞춤법, 보충 설명 부족, 어색한 주술 관계, 억지 수동태, 식상한 표현, 반복되는 표현 등등. 읽으면 읽을수록 고칠 거리가 뻥뻥 터진다.-이를 알아차리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하다. 한국어 문법책이나, 이오덕의 《우리글 바로 쓰기》, 김정선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등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심지어 한국어 능력 시험 문제집을 푸는 작가도 있다! 글쓰기 모임을 통해 날카로운 합평을 받는 것도 내 글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연습이 된다.-


더 재밌는 건, “그래 이제 많이 고쳤으니 이만하면 됐어.”하고 글을 올렸을 때다. 만인에게 공개하고 나면 먼지 같아 지나친 실수가 바위처럼 확대되어 보인다. “이걸 틀렸다고? 미쳤어?”라는 질책이 대표가 아닌 내 입에서 튀어나온다. 그래서 퇴고는 글을 올린 후에도 계속된다. 워낙 덤벙대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남에게 공개했다는 압박감이 글을 더 꼼꼼히 보게 만드니까.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의 시작 부분을 적어도 쉰 번은 다시 썼다고 한다. 그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고 얘기했다. 강원국 작가도 강연에서 “초고는 항상 최악이니, 퇴고는 나아지는 재미가 있다."라고 했다. 초고는 자유롭게 쓰되, 이건 스케치일 뿐임을 잊지 말자. 두 번째로 보면 정확한 선이 나오고, 다섯 번째로 보면 색이 입혀지고, 스무 번째로 보면 명암에 원근까지 갖춘 멋진 작품이 탄생해 있을 것이다. 고치면 고칠수록 글은 분명 나아진다. 수정이 귀찮고 내 글이 훼손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견뎌내야 한다, 아니 즐겨야 한다. 그럼 그 끝에는 달콤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Q) 오늘부터 퇴고는 열 번 이상하기로 약속!




다음 매거진 글은 '글로 밥 벌어먹는 여자' 작가님의 <필사적으로 필사하라!>입니다. 필사를 통해 성장하는 글밥 작가님의 비결을 들어볼까요?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지금《매일 쓰다 보니 작가》글을 추천드립니다. 꾸준하게 글을 쓰며 자신만의 무기를 단단하게 다진 작가의 노하우가 궁금한 분들은 매거진 구독 부탁드릴게요.



Photo (c) by Carl Heyerdah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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