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e Oct 24. 2019

저렴한 사치, 글쓰기

소확행보다 저렴하고, 사치스러운

글 쓰는 일은 돈이 되지 않는다. 작가라는 직업이 생긴 이래로 쭉 그래 왔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카페를 운영하며, 스티븐 킹은 교사 생활을 병행하며 퇴근 후 소설을 썼다. 지금도 신인 작가상 인터뷰를 보면 생업과 창작을 병행하며 겪었던 어려움에 대한 토로가 즐비하다. 돈을 바라고 한다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마찬가지다.


'낮의 나'는 성과를 강요받는다. 더 멋진 디자인을 뽑아내고 영업 시안을 줄줄이 만들어내야 한다. 일련의 과정에 내 목소리는 사라지고 오로지 돈의 취향만이 남는다.-대표님의 눈썰미는 진리니까요(사바사바)- 당연하. 일해서 돈을 받아야 하니까. '낮의 나'는 회사라는 기계의 부품일 뿐이다. 지시를 고분고분 따르지 않으면 탕! 탕! 두들겨 맞다, 곧 다른 부품으로 갈아 끼워진다는 사실이 끊임없는 불안으로 이끈다.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나는 개성을 지우고 그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해야만 한다.


'밤의 나'는 사뭇 다르다. 어둠이 내리면 돈이 되지 않는 일에 골몰한다.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온전히 나의 취향으로 글을 써 내려간다. 각종 드립, 흑역사, 분노했던 일들... 누구보다 나를 첫 번째 독자로 가정하고 글을 쓴다.-신기하게도 내가 재밌으면 대다수 독자의 반응도 좋다.- 어떤 글에는 웃고, 어떤 글에는 울면서 정신 나간 것처럼 꼼짝 않고 몇 시간을 의자에 붙박일 수 있다. 자유롭게 쓰고, 예쁘게 다듬는, 모든 과정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하다.-가끔 부족한 실력에 짜증이 날 때도 있다. 하지만 쓰다 보면 나아지겠거니 하는 믿음과 여유가 있다면, 정말 쉽다! '글은 더 잘 쓸 수도, 더 못 쓸 수도 없이, 딱 나의 실력만큼 써진다'는 명언을 기억하자.-


자본의 논리에 속하지 않는 글쓰기는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쓰겠다는 선언이다. 돈이 이끄는 대로 살지 않겠다는 반항의 표현이다. 인생을 내 손으로 운전하는 법을 배우고, 진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통로다.


그렇기에 마음속에 부글부글 끓고 있는 문장은 나를 찾고 싶다는 마음속 외침이다. 수많은 취미 중 쓰기를 택한 것은 나도 몰랐던 주체성의 발현이다. 누군가는 '작가'라는 직함에 머리를 저을지도 모르지만, 이 '돈 안 되는' 쓰기는 역설적으로 당신을 살린다. 생업이 어느 것이더라도 자아는 쓸 때마다 오뚝이처럼 살아날 테니까. 쓰는 동안 나는 단순한 회사원이라는 카테고리를 깨고 밖으로 나온다. 독특한 관점을 지닌 한 개인으로 인정받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아 언뜻 무의미해 보이는 쓰기를 반복한다.-심지어 더 잘 쓰기 위해 공부하는 시간과 노력까지 투자한다.- 돈이 되는 자기 계발을 하라는 압력을 차단하고  사치스러운 시간을 만끽한다. 쓰는 시간 속에서  진실한 목소리를 찾는 기쁨은 겪어본 이만이 알 수 있다.  당신도 이 사치스러운 기쁨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다음 매거진 글은 '글로 밥 벌어먹는 여자' 작가님의 <누가 내 글을 볼까 두려운가요?>입니다. 글밥 작가님이 글쓰기 초기에 마주했던 두려움은 무엇일까요? 그 두려움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지금 《매일 쓰다 보니 작가》글을 추천드립니다. 꾸준하게 글을 쓰며 자신만의 무기를 단단하게 다진 작가의 노하우가 궁금한 분들은 매거진 구독 부탁드릴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