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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23. 2019

벽돌책은 흉측한 무기입니다

벽돌책 들고 다니다 허리 나갑니다.

글감은 보통 경험에서 나오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바로 독서다. 작가로서 책을 읽을 때의 장점은 글감을 얻는다는 측면과 인용할만한 문장을 얻게 된다는 점으로 나눠진다. 당신이 타인에게 없는 독보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책을 읽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비슷한 하루를 반복하고 있지 않나? 비슷한 경험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작가의 할 일인데, 이런 능력은 오랫동안 쌓아 올린 독서의 힘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밑줄을 긋고 그것을 관리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재독 하는 경우 밑줄만 따로 모아서 읽어도 되니 시간도 아낄 수 있다. 책을 읽고 밑줄을 기록하는 게 나만의 습관이 되었다.


얼마 전 러셀의 <서양 철학사>를 읽는 모임을 열었다. 철학을 공부하려면 반드시 한 번은 거쳐가야 한다는 책이라고 하더라. 책장에 모셔 놓으면 머릿속에 저절로 지식이 주입된다는 믿음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책장에 꽂아 놓기만 했다. 대학생 때 가지고 다니던 전공 책도 아니고 오십이 가까운 나이에 가방 속에 넣고 다니기엔 허리에 꽤 부담을 줄 것 같았다. 그래서 읽지 못했다고 하면 변명이 될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다. vFlat이라는 스캐닝 앱이 생각난 것이다. - 광고 아님 - 몇 달 전에 지인의 추천으로 설치했는데, 이게 꽤 신박한 기능을 제공했더랬다. 기능만 본다면 책을 스캔하는 단순한 앱인데, 이 앱이 아무 각도에서 책을 찍어도 평평하게 스캔을 해줬다. 반듯하게 찍으려고 책과 스마트폰 카메라의 각도를 맞출 필요가 없었다. 뭐, 인공지능을 썼다길래 신기한 마음으로 설치했다가 제쳐둔 앱이었는데, 이번 <서양 철학사>라는 책을 스캔하며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자, 여기서 vFlat을 이용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닐 수 없으니 매일 읽어야 할 분량을 스캔하는 것이다. 갤러리에 저장된 책은 지하철이든 버스든, 길거리든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다. 다시 써 보니 눈 깜짝할만한 기능이 새로 추가됐더라. 그건 바로 'OCR' 기능이었다. 스캔 한 이미지를 텍스트로 바꿔준다는 얘기다. 읽다가 밑줄 그을 부분을 복사하여 구글 킵으로 넘기는 게 가능해졌다. 이렇게 하면 책을 읽다 밑줄을 남길 부분을 타이핑할 필요 없이 구글 킵으로 공유하는 방법까지 한 번에 해결된다.


전자책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로, 웬만한 책들은 전자책으로 읽는다. 하지만 출간된 모든 책들이 전자책으로 서비스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미 구입한 책을 이중으로 지출할 여력도 없다. 러셀의 <서양 철학사>는 현재 전자책으로 서비스되지 않지만 나는 지하철이든 버스에서든 상관없이 읽고 싶다. 스캔하는 작업이 약간 귀찮긴 하지만 하루 오 분만 투자하면 편리하게 읽을 수 있으니 문제없다. 게다가 텍스트로 한 번에 저장까지 할 수 있으니 기록까지 남길 수 있다. 스캔 기능이 뛰어나니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도 않는다.


물론, 저작권 문제가 있으니 개인이 스캔 한 책의 내용은 바깥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능이라도 작가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그 기능은 무해한 것이 될 테니까.




사용 방법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한다. 보통은 두꺼운 책들 (서양철학사와 같은)

스캔하기 편하도록 독서대 위에 책을 놓는다.

vFlat 앱을 실행한다.

vFlat 앱으로 스캔한다.(하루에 읽을 만큼, 또는 기간을 정해놓고 읽을 만큼만 스캔한다.)

vFlat - 서재에 들어간다.

스캔 한 책의 이미지들이 저장되어 있다.

페이지를 선택하고 OCR 아이콘을 누른다.

5초~10초 시간이 지나면 이미지가 텍스트로 변환된다.

읽다 밑줄 그을 부분을 선택하고 공유 기능을 이용하여 구글 킵으로 보낸다.

구글 킵에서는 공유된 밑줄에 태그를 달아 관리한다.

글을 쓸 때, 글감으로 활용하거나 인용을 한다.

인사이트를 얻는다.


질문 : 당신도 책을 읽을 때 스캔 기능을 이용하나요?


다음 매거진 글은 'Mee' 작가님의 <저렴한 사치, 글쓰기>입니다. 자본주의의 힘에 굴복하지 않고 오직 나만을 위한 글은 어떻게 쓰는 걸까요? 밤마다 자신을 위해 글을 쓴다는 Mee 작가님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볼까요?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하고 두렵다면 지금《매일 쓰다 보니 작가》글을 추천드립니다. 꾸준하게 글을 쓰며 자신만의 무기를 단단하게 다진 작가의 노하우가 궁금한 분들은 매거진 구독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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