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e Nov 21. 2019

결국, 글쓰기는 삶이다

은유 작가님의 글쓰기 강연 후기

은유 작가님의 글쓰기 강연을 다녀왔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 싸늘한 저녁이었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어 택시비마저 날렸으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가야 할 곳이 명확했으므로. 그곳에서 작가님을 만나면 글 쓰는 이로서 어떤 갑갑한 마음이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의 끈을 붙들고 강연장에 들어섰다. 페이스북에서 보던 얼굴이어서일까? 실제로 본 작가님의 얼굴은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낯선, 기묘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입을 떼자 익숙한 느낌이 밀려왔다.


#1. 필명 ‘은유’는 서로 다른 존재를 연결하는 의미기에 글쓰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지었다고 한다. 필명은 사회적 속박을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하므로, 모두 필명을 지어보라며 추천했다.


#2. 작가님의 책 중, 세 권이 르포이다. 르포를 쓰는 이유에 대해, ‘한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야기가 없다면 존재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했다. 그녀가 책을 쓰지 않았다면 어떤 이는 그저 ‘빨갱이’로만 남았고,(폭력과 존엄 사이, 2016) 어떤 이는 ‘공고를 나와 공장에서 일하다 죽은 사람’으로만 남았을 테다.(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2019) 하지만 우리는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 각자의 서사를 가진다.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 들어준다면 그것 자체로 큰 힘이 된다.


#3. 우리는 왜 글을 쓰는 걸까? 자기 언어를 가지기 위해, 그리고 내 감정과 생각을 알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거짓 자아로 뒤덮여있다. 내가 어떤 것을 욕망하고 어떤 능력이 있는지는 제쳐두고, 사회에서 주입한 생각들을 내 것으로 착각하고 살아간다.(예 : 좋은 엄마란, 자연분만과 모유 완모를 하는 엄마이다) 글을 쓰면 나의 생각과 의견이 바로 선다. 이를 바탕으로 나와 연결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4.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써야 할까? 작가님은 '분노하고 있을 때가 글을 쓰기 가장 좋을 때'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행복한 일보다 불행한 일을 중심으로 쓰라고 충고했다. 행복한 일은 간단하게 설명되지만 불행한 일은 설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 깊은 글이 된다고. 그렇지만 단순히 자기 표출에서 끝내지 말고 성찰로 발전해야 함을 강조했다.


#5. 자문자답으로 생각의 폭을 넓히자.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자. 관념적이고 진부한 이야기가 아닌, 구체적인 행위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메시지가 드러날 수 있다. 미문을 쓰려하지 말고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여 자신을 객관적으로 묘사하자.


#6. 글쓰기는 실패 체험이므로 꾸준히 도전하자.-성과가 뚜렷하지 않아도 포기하면 안 된다. 내 시야를 넓히는 일은 시간이 걸린다.- 첫 문장을 시작하는 용기, 계속 쓰는 용기, 보여주는 용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쓰는 용기를 가지자.


#7. 일과에서 글을 쓰는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하자. 한 번 미룬 글은 영원히 쓰지 못하는 글이 된다.


#8. 내 글이 좋은 글인지 체크하는 몇 가지 리스트   

   - 나만 쓸 수 있는가?

   - 질문이 들어 있는가?   

   - 이 글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 이 글이 누구에게 도움을 줄까?

   - 애매하게 입장을 흐리고 있진 않은가?


마지막 질의시간, 누군가 질의 게시판에 붙여놓은 쪽지가 있었다.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나요?’ 작가님은 “내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인정을 해야 해요. 그것도 공부하고 훈련해야 되는걸요. 공감도 나름 지적 노동이랍니다.”라고 답했다. ‘나’에만 갇혀있던 시야가 조금은 넓어지는 시간이었다. 나도 도리스 레싱의 말처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며, 동시대 문제를 폭로하고 경고하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우리의 글도 세상에 그렇게 외칠 수 있는 용기 있는 글이 되기를 빈다.


Q) 최근에 분노한 일을 주제로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요?




다음 매거진 글은 '글로 밥 벌어먹는 여자' 작가님의 <글 쓰다가 울 뻔했다>입니다. 서평 장인, 글밥 작가님은 글 쓰는 일이 매번 쉬울까요? 아니라면 어려운 글을 어떻게 쓸 수 있는 걸까요?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지금 《매일 쓰다 보니 작가》글을 추천드립니다. 꾸준하게 글을 쓰며 자신만의 무기를 단단하게 다진 작가의 노하우가 궁금한 분들은 매거진 구독 부탁드릴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결핍은 글을 쓰는 재료가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