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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Nov 23. 2019

글도 성격 따라간다

자, 각자 MBTI 결과지를 펼쳐보세요.

   대학생 때 MBTI 검사를 처음 해봤다. 십 개의 문항이 각각 두 개의 문장(예를 들면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와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좋다')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둘 중 나와 더 잘 맞는 것을 택하면 된다. 


그렇게 모든 항에 답하고 나면 외향형인지 내향형인지, 감각형인지 직관형인지, 사고형인지 감정형인지, 판단형인지 인식형인지에 따라 16가지 유형 중 하나가 나온다. 내 경우엔 INTJ가 나왔다. 내향형(I)과 직관형(N), 사고형(T), 그리고 판단형(J)의 조합이다.  



INTJ의 성격을 알아보자.


단순 암기를 싫어한다. 어떤 원리를 깨우쳐서 이것을 대입하고 풀어 나가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직종으로 치면  순수과학, 조사연구, 법률 기술 공학 프로그램 분석에 유리한 부분이다. 머리가 아프면 수학 문제를 푼다.


음, 암기를 싫어하는 건 맞지만 글쎄, 머리가 아플 때 수학 문제를 푸는 사람있을까? 적어도 난 아니다. 요한 건 그다음이다.


INTJ 성격을 다 뭉쳐놓으면 서로가 서로에게 이분은 INTJ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각각 발표를 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고집이 강하고, 정확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ESFJ 성향의 경우 10개를 이야기할 때 3개가 비슷하면 '와 우리 3개나 비슷해?'라고 생각하며 쉽게 동화되지만, INTJ 성향의 경우 10개를 이야기했을 때 2개가 다르면 '아 이건 다른 건데?'라고 생각한다.


이거다! 다른 사람들은 '이게 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난 이 문장에서 '오'를 외쳤다.

오! 맞아 맞아!

이전에 피드백받았던 내용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전 글 <글쓰기도 취미가 될 수 있습니다>의 초안을 작성한 후 받았던 피드백 일부다.


문장 : 그런 특별한 일상들이 꽤 자주 있고, 그게 모여 우리의 삶을 빛나게 한다.

>>  그런 특별한 일상이 모여-는 어떨까요?


문장 : 성인 미술 클래스에 등록하거나

>>  굳이 성인을 표시할 필요가 있을까요?


문장 : 글쓰기는 그런 소중한 순간들을 문자로 붙잡아, 더 오래도록 반짝이게 한다

>>  문자로는 생략해도 되지 않을까요?


원문장 : 내 글에 대한 같거나 다른 반응을 통해

>>  잘 읽히지 않네요.


의도한 것과 미묘하게 다른 말이  것 같아, 없어도 되는 어구를 추가한 문장들이다. (앞서 말했듯 INTJ에게 다른 건 다른 거다.) 하지만 보통은 3개가 비슷하면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7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7개가 아닌 2개라면 말할 것도 없다.


특별한 일상의 발생빈도를 강조하고 싶었지만(생각보다 잦다구요!), 다수의 순간이 있어야 그게 모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냥 '특별한 일상들이 모여'라고 해도 말이 된다. 독자의 반응이라고 하면 이미 /반을 비롯한 여러 감응을 포함하고 있니, 굳이 '같거나 다른'이라고 콕 집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결국 도 성격을 따라간다. 글쓴이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은 개성 있는 글을 완성하는 조미료지만, 잘못하면 MSG처럼 독자에겐 해로운 존재가 된다.


다른 사람들이 유독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주 지적하는 부분이 있다면, 혹시  고유한 성격 때문인 건 아닌지 생각해보자. 당신에겐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겐 낯설고, 당신에겐 이상해 보이는 것이 누군가에겐 세상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Q. 누군가에겐 자연스럽지만 내겐 낯선 무언가가 있나요?





그동안 <매일 쓰다 보니 작가> 일명 매쓰작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써 13주가 지나 총 78개의 글이 완성되었네요. 무더운 여름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 모였던 게 바로 어제 일 같은데, 어느새 패딩이 어색하지 않은 겨울이 되었습니다. 저희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이렇게 마무리 짓고(책으로 만나요!), 다음 프로젝트를 향해 나아가려고 합니다. 또 좋은 글로 찾아뵐 테니 기대해주세요! 열독 해주신 구독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INTJ 성 해석 출처 : http://naver.me/GQwjRhnI

*. 표지 사진 : Photo by Hannah Oling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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