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MBTI 검사를 처음 해봤다. 수십 개의 문항이 각각 두 개의 문장(예를 들면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와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좋다')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둘 중 나와 더 잘 맞는 것을 택하면 된다.
그렇게 모든 문항에 답하고 나면 외향형인지 내향형인지, 감각형인지 직관형인지, 사고형인지 감정형인지, 판단형인지 인식형인지에 따라 16가지 유형 중 하나가 나온다. 내 경우엔 INTJ가 나왔다. 내향형(I)과 직관형(N), 사고형(T), 그리고 판단형(J)의 조합이다.
INTJ의 성격을 알아보자.
단순 암기를 싫어한다. 어떤 원리를 깨우쳐서 이것을 대입하고 풀어 나가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직종으로 치면 순수과학, 조사연구, 법률 기술 공학 프로그램 분석에 유리한 부분이다. 머리가 아프면 수학 문제를 푼다.
음, 암기를 싫어하는 건 맞지만 글쎄, 머리가 아플 때 수학 문제를 푸는 사람도 있을까? 적어도 난 아니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INTJ 성격을 다 뭉쳐놓으면 서로가 서로에게 이분은 INTJ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각각 발표를 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고집이 강하고, 정확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ESFJ 성향의 경우 10개를 이야기할 때 3개가 비슷하면 '와 우리 3개나 비슷해?'라고 생각하며 쉽게 동화되지만, INTJ 성향의 경우 10개를 이야기했을 때 2개가 다르면 '아 이건 다른 건데?'라고 생각한다.
이거다! 다른 사람들은 '이게 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난 이 문장에서 '오'를 외쳤다.
의도한 것과 미묘하게 다른 말이 될 것 같아, 없어도 되는 어구를 추가한 문장들이다. (앞서 말했듯 INTJ에게 다른 건 다른 거다.) 하지만 보통은 3개가 비슷하면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7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7개가 아닌 2개라면 말할 것도 없다.
특별한 일상의 발생빈도를 강조하고 싶었지만(생각보다 잦다구요!), 다수의 순간이 있어야 그게 모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냥 '특별한 일상들이 모여'라고 해도 말이 된다. 독자의 반응이라고 하면 이미 찬/반을 비롯한 여러 감응을 포함하고 있으니, 굳이 '같거나 다른'이라고 콕 집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결국 글도 성격을 따라간다. 글쓴이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은 개성 있는 글을 완성하는 조미료지만, 잘못하면 MSG처럼 독자에겐 해로운 존재가 된다.
다른 사람들이 유독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주 지적하는 부분이 있다면, 혹시 그 고유한 성격 때문인 건 아닌지 생각해보자. 당신에겐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겐 낯설고, 당신에겐 이상해 보이는 것이 누군가에겐 세상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Q. 누군가에겐 자연스럽지만 내겐 낯선 무언가가 있나요?
그동안 <매일 쓰다 보니 작가> 일명 매쓰작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써 13주가 지나 총 78개의 글이 완성되었네요. 무더운 여름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 모였던 게 바로 어제 일 같은데, 어느새 패딩이 어색하지 않은 겨울이 되었습니다. 저희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이렇게 마무리 짓고(책으로 만나요!), 다음 프로젝트를 향해 나아가려고 합니다. 또 좋은 글로 찾아뵐 테니 기대해주세요! 열독 해주신 구독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