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쓰기 생활에 대하여
매거진을 마치고도 글쓰기 공부는 계속됩니다. 우리는 계속 써야 하는 사람이고, 쓰는 길에는 매일 새로운 문제가 산적해 있으니까요. 이번엔 영등포 신세계 문화센터에서 열린 고수리 작가님의 글쓰기 강연에 참석해 보았습니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작가님 면전에서 찍을 용기는 없었어요. 대신 메모한 강연 내용을 여기에 풀어놓습니다.
"글쓰기는 재능이 아닌 노력입니다. 천천히, 꾸준히 가기 위해서라도 당장 본업을 그만두진 마세요."
<예술가는 절대로 굶어 죽지 않는다>(제프 고인스, 2017, 위너스북)에서도 비슷한 구절을 본 게 기억났습니다. '창작을 위해 내 직업을 후원자로 두세요. 든든한 경제력이 뒷받침된다면 당신은 더 길게, 원하는 예술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작가님은 전업작가가 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장본인이었지만 전업작가의 길은 생각보다 더 녹록지 않았다고 얘기합니다. 방송 작가, 청소년 소설 작가, 시나리오 작가, 에세이 작가 등. 그녀는 작가라는 업을 지속하기 위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습니다.
첫 글은 퇴고만 한 달이 걸렸다는 말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올린 글로 브런치 북 금상을 차지하기도 했다죠. 말하기는 쉽지만 행하기는 어려운 노력이 모여 지금 이 자리에 올랐구나,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공적인 글을 쓰세요. 독자가 생겼을 때 글을 고치게 됩니다."
내 글이 부끄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냥 자기만족을 위해 비밀글로 남겨두는 건 어떨까 상상도 해봤고요. 실제로 몇 년을 그렇게 시도해봤지만 장기적으로 독이 되었습니다. 글은 점점 짧아져갔고, 혼자 쓰는 글은 의미 없는 감정 배출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죠. 세상에 글을 내보이면 비판을 받을 위험이 있지요. 그러나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내 글은 성장하지 않습니다.
"제 장점은 협업을 잘한다는 거예요. 작가도 소통능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소신도 있어야겠죠.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나만의 메시지가 들어가야 해요."
"내가 겪은 일 중, 내 머리에 맴도는 사건을 쓰세요. 그걸 마주하기 고통스럽다고 피하면, 다른 글에서도 피했던 주제가 불쑥 튀어나올 수 있어요."
한 번쯤은 나를 괴롭히는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제 경우도 막힌 글을 제치고 다른 글을 쓰려하면 아예 시작이 불가능했습니다. 이전에 쓰던 글이 머리에서 맴돌기 때문이었죠. 공적인 글이기 때문에 꺼내기 불편할 때도 있지만 용기를 내 써보면 알게 됩니다. 사람들은 의외로 내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걸.
"유년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이나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쓸 수 있어요. 이미 그 주제로 쓴 사람이 많더라도 나의 관점은 하나밖에 없기에 충분히 독특한 글이 나올 수 있습니다."
"슬럼프 때문에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럴 땐 책이나 영화 등의 매개체를 통해 생각난 걸 쓰세요."
"평상시에 떠오르는 것을 메모하거나 녹음하고, 일기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나는 작가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하세요. 머릿속에서 항상 글을 고민하세요.
중요한 문장과 구성을 세워놓고 쓰거나, 특정한 장면을 떠올리며 쓰는 것도 좋아요."
"글을 쓰기 전의 루틴을 만드는 것도 중요해요. 산책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등의 루틴을 만들면 손이 알아서 쓰는 경지까지 오기도 하죠. 정말 써지지 않을 땐,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글 친구를 만드는 것도 필요해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은 더 나은 글을 쓰고 싶다면, 30일 쓰기와 공적 쓰기, 그리고 글쓰기 모임을 추천했습니다. 지속적인 글쓰기는 작문 능력을 길러주고, 공적 글쓰기는 내 글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 주며, 글쓰기 모임을 의지력을 길러주기 때문이죠.
2019년, 나는 작가님처럼 치열하게 글을 쓴 적이 있나 되돌아봅니다. 2020년엔 내 글쓰기는 또 어떤 변환점을 맞을까요? 이 강연이 그 변화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