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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니 Jan 26. 2023

유튜브가 지구평평설을 추천하는 이유



여러분은 징기스칸의 이름을 들으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나요? 인류 역사상 최고로 넓은 영토를 차지한 정복자일 것입니다. 몽골군이 맹위를 떨친 것은 바로 기동력 덕분이죠. 과거 병사들이 생존을 위해서 무거운 방어구를 착용했던 것과 달리, 몽골족은 최소한의 보호 장비만 착용하고, 육포와 살상 도구를 챙기고 전선을 누볐습니다. 과거 정복자들은 기동력과 무력을 통해서 영토를 확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정복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을까요?


현시대는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은 자주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지니스 전쟁은 매 순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죠. 기업들은 영토에 야욕을 부리기보다, 사람들의 집중력과 주의력을 빼앗으려고 합니다. 사람들의 집중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모을 수 있는 기업이 결국 모든 것을 얻기 때문입니다.

포브스가 선정한 2020년 전 세계 10대 브랜드 가치 순위 비교를 보면, 구글이 2075억 달러로 세계 2위에, 페이스북은 703억 달러로 세계 5위를 차지했습니다. 구글은 전 세계 디지털 광고 시장의 29%를 차지하고 있죠. 2021년 한 해 광고 매출은 2095억 달러에 달하고, 우리나라 돈으로 250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구글 전체 매출이 약 300조 정도이니 82%는 광고에서 나온 것이죠. 페이스북은 같은 해에 광고로 1149억 달러, 약 138조 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는 전체 매출의 98%에 해당합니다.


오직 광고만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과거 텔레비전 광고는 자금이 넉넉한 기업들만 차지할 수 있는 희소 자원이었습니다. 애초에 광고 자리가 많지 않았기에, 수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몇 십 초의 시간을 사야 했죠.


하지만 지금은 콘텐츠의 팽창과 함께 광고를 게재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고, 광고 단가도 저렴해졌으며, 타겟 광고의 효율성이 눈부시게 높아졌습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근본 원인은 사람들이 플랫폼과 콘텐츠에 중독된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를 예로 들면, 로그인 상태로 이용하는 사용자가 한 달에 20억 명이 넘으며, 채널 숫자는 3,100만 개에 달하고, 매분당 유튜브에 업로드 되는 컨텐츠는 500시간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전 세계 사람들을 고도의 집중과 몰입 상태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과 중독의 관계입니다.


한국은 성인 가운데 95%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같은 조사에서 미국은 81%, 일본인은 66%만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고 하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것은 한국이 IT 강국으로서 지위를 견고히 다지고, 미래의 패권을 쥘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심각한 중독을 야기하는 독이 될 수 있어요.


플랫폼과 수많은 콘텐츠가 주는 순기능을 누리며 역기능을 최소화하려면, 여러분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꼭 이해해야 합니다. 알고리즘의 목적은 사람들의 성장이나 발전을 돕는 것이 아닌, 시청 시간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플랫폼의 시청 시간이 높으면 광고 수익도 커집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지구평평설의 사례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최근 들어서 온갖 음모론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어요. 그중에서도 쇼킹한 것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에요. 여러분 지구는 둥근 가요? 평평한가요? 다들 지구는 둥글다고 답할 것입니다. 인공위성 사진 등을 통해서 지구가 구체로 생겼다는 것을 보았을 테니까요.

하지만 NBA의 유명 스타 카이리 어빙은 2017년에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과학자들이 날조한 것이며, 지구는 사실 평면으로 되어있다고 주장하죠. 텍사스테크대학교의 에슐리 랜드럼 교수는 2017년 평평한 지구 국제 컨퍼런스(FEIC)에 찾아가 지구평평설을 믿는 사람들 30명을 인터뷰했어요.


재밌는 사실은 29명이 유튜브를 통해서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게 되었고, 딱 1명만 유튜브가 아닌 딸과 사위를 통해 지구평평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지만, 심지어 딸과 사위도 유튜브를 보고 지구평평설을 알게 되었기에 사실 30명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유튜브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2015년부터 지구평평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는데, 이는 유튜브에 지구평평설 영상이 계속 올라오던 시기와 정확히 맞물립니다. 사람들은 처음에 음모론 관련된 다양한 영상을 시청하다가, 유튜브 추천으로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이 담긴 영상을 보게 되었고, 반복되는 시청 끝에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이죠.


구글에서 유튜브 알고리즘을 만들던 컴퓨터 엔지니어 기용 샤스롯은 유튜브 알고리즘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하다가 구글에서 해고를 당합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평평한 지구라는 단어로 검색을 하면 유튜브에 35%만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이 담긴 동영상이라고 하죠.


하지만 실제로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동영상의 90%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영상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엽기적이고, 비상식적이며, 파격적인 내용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지구가 평평하다는 영상은 기존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주장이었고, 근거가 충분한지 와는 별개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죠. 다시 말해 '긴' 시청 시간을 확보할 수 있던 겁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지구가 평평하다는 영상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했습니다. 해당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은 많은 사람이 영상의 주장에 동조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되었고 기존의 믿음조차 바꿔버렸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구평평설이 퍼지는데 유튜브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소리가 커지자, 유튜브가 이를 수긍하고 해당 영상들의 추천 비율을 낮춘 것이에요.


유튜브 알고리즘은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고 또 조작할 수 있어요.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생각과 믿음도 일정 부분 거대 기업에 영향을 받은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과 믿음이 진짜 자신의 것인지 따져봐야 하고, 타인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무의식의 주인이 되어서 주체적인 생각을 하며 멋지게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생이 고도의 집중과 몰입 상태를 '내 분야'에서 더 멋지게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는 개념을 무의식 기저에 새겨 넣어야 합니다. 내가 인생의 주인공이고 내 분야에서 차별화된 고도의 집중과 몰입 상태를 만들겠다는 집념이 없다면, 결국 타인의 의도에 이끌려 살 수밖에 없어요. 수많은 기업들이 당신의 집중력을 뺏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스스로의 시간과 집중의 에너지를 지키고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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