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온라인 광고대행사의 현실 - 1.
작은 규모의 온라인 광고대행사는 직원들의 교체가 매우 빠른 편이다. 신입으로 입사했을 때 사수가 너무 친절하게 가르쳐주며 "다 쉬운 거예요"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곧 퇴사를 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당신이 그 자리를 메꿀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좋다. 간혹 성격이 좋은 분들은 "지금 도망쳐요"라고 말해줄지도 모른다. 선배들은 "원래 이 직종이 교체가 빠른 편이에요" 라며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준다. 그건 다른 사람이 다 퇴사한다고, 당신까지 나가면 안 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왜 교체가 빠른 것인지는 굳이 궁금해할 필요가 없다. 같은 과정이 반복되는 걸 보면서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그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잠시 이야기를 해보자.
기존직원 A B C D &
신입직원 E F G H
01. 직원 A가 퇴사를 결심했다. 결심을 하자마자 회사에 퇴사 날짜를 통보했지만 회사는 계속해서 퇴사를 미뤄줄 것을 요구한다. 간혹 가다 소송을 하겠다며 협박을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하지만 거의 모든 경우엔 소송당할 일이 없다)하지만 회사에 정이 뚝 떨어진 A는 절대 퇴사 날짜를 미룰 생각이 없다.
02. 직원 A의 퇴사일은 점점 다가오고, 남은 직원 B, C, D는 직원 A의 일을 나눠가져야만 한다. 그런데 회사는 도무지 사람 뽑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열심히 뽑고 있지만 뽑을 사람이 없다고 한다. 분명 아주 작고 귀여운 연봉을 내밀며 좋은 사람만 데려 오려는 못된 심보 때문일 것이다. 결국 A의 퇴사일이 되었고 직원 B, C, D는 야근을 반복하며 헤어 나올 수 없는 업무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03. 하지만, 저 셋이서도 어떻게든 일이 돌아가는 것을 보게 된 대표는 채용을 계속해서 미룬다. 귀엽고 소중한 연봉조차도 내놓기가 싫은 것이다. 결국 직원 B까지 지쳐서 퇴사를 결정하게 된다. 4명이 있던 팀에서 2명이 나가게 되었다. 광고주들은 담당자가 계속 바뀌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일이 점점 밀리는 것을 보자 회사는 그때가 되어서야 작고 귀여운 연봉에 만족해 들어오게 된 신입 E를 채용하게 된다.
04. 여기서 많은 경우는 4명의 팀이 2명이 되면 다시 2명을 뽑아야 하는데 꼭 1명만 채용을 한다. 회사가 어렵다면서 핑계를 대는 곳도 있고, 당신의 팀 때문에 매출이 떨어졌는데 새로운 사람의 연봉을 당신들의 월급에서 빼줄 것이 아니면 조용히 하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아주 곱게 표현한 것이다)
05. 이제는 화도 안 나고 지쳐버린 직원 C, D는 결국 동시에 퇴사를 결심하게 되고 3개월간 일을 배운 신입 E 씨는 그 팀의 팀장이 된다. 그 정도가 되면 다른 팀의 직원들은 이미 나간 상태일 것이고 경력직을 뽑으려 하지만 눈치가 빠른 경력들이 그런 회사를 선택할리가 없다.(채용공고만 봐도 알 수 있다) 결국 작고 귀여운 연봉으로 들어오게 된 직원 F, G, H까지 더해져 팀이 만들어지고 3개월 직원 E와 방금 입사한 직원 F, G, H는 우당탕탕 일을 시작한다. 신기하게도 일이 되긴 할 것이다. 하지만 일은 힘들고 버티려 해도 버틸 수가 없다. 결국 신입사원 E팀장은 퇴사를 결정한다.
실제로 나는 위 이야기 속 주인공과 비슷한 일들을 겪었다. 입사 1년 만에 한 번에 5명이 나가버리고 팀장 자리를 꿰차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내 연봉은 한 달에 5만 원씩, 총 60만 원이 늘어나게 되었다. 하하하하하. 그래서 작은 광고대행사에 들어갔을 때 너무 젊고 경력이 없는 사람이 팀장을 하고 있다면 "오 능력 있는 사람이다"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과연 나를 잘 가르치고 책임질 수 있는 경력을 지니고 있는지 꼭 파악해 보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았다간 나처럼 어벙 벙한 팀장 밑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내거나 스스로 실전 마케팅에 뛰어들어 우당탕탕 마케팅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런 회사들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도 그랬고, 윗사람들도 그랬고 자신들이 나가면 회사가 안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회사들이 오히려 정직한 회사보다 더 오래가는 경우도 많다. 정직하고 정당하게 발전을 추구하며 운영하는 회사들은 공격적이고 비도덕 한 방법으로 직원들을 이용하는 회사에게 항상 밀려났었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회사들은 그랬다.
그래서 이 글을 적기 시작했다. 저렇게 나쁜 회사들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배울 사수가 있는지, 어떤 회사를 가야 할지, 어떻게 회사를 걸러야 할지, 빠르게 퇴사 통보를 할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정직한 회사들이 더 성공하기를 바라면서 나의 첫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