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온라인 광고 대행사의 현실
"마케팅하지 마." 마케터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다. 누구나 자신의 일이 힘든 것처럼 마케터도 역시 힘들다. 브랜딩, 콘텐츠, 퍼포먼스 누구 하나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다.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처음의 열정은 다 사라지고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 큰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마케터들은 평생 마케팅으로 살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진 않는 것 같다. 방향도 너무 많고 확실한 미래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들은 다 사라지고 예전에 했던 거 그중에 잘 됐던 거 바리에이션 해가며 일해도 기본은 가니까. 도전하기가 무서워지기도 한다. 마케터가 힘든 첫 번째 이유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광고주님이란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광고주의 고객이 소비자라면 대행사의 고객은 광고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마케터가 된 이상 광고주보다는 소비자에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나의 관점에서는 저 소비자들을 이끌어 내려면 필요한 방식들이 있는데 광고주는 그걸 원하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걸 설득하는 게 또 마케터의 목표이다. 그렇지만 내가 제시한 방법이 통하지 않았을 때의 책임은 누가 질까?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엔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잘못에 대한 책임을 마케터들에게 몰아간다. 무언가 어그러졌을 때의 프로세스라곤 전혀 없고 서로 잘못을 떠넘기기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마케터가 클라이언트에게 설득을 할 수 있을까? 내 등 뒤엔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책임져 주지 않아도 꾸역꾸역 열심히 제안을 하는 열정 사원들은 존재한다. 그들은 실패에 굴하지 않고 몇 번의 시도끝에 결국 성과를 얻어내곤 한다. 그렇지만 돌아오는게 없다. 약간의 칭찬정도? 그건 마케터가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다. 원래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이다. 라는 핑계로 당신의 팀장, 본부장, 대표는 당신의 커리어에 흠집을 내려할 것이다. 그래도 당신의 성과가 사라지진 않는다. 당신의 성과는 팀장이 가져가서 잘 쓸 것이다.
성과를 가져가도 상관 없다. 내 커리어가 꼬이더라도 상관없다. 돈만 주면!!! 금융치료는 최고의 치료법이다. 이걸 때려쳐 말아 울긋불긋하다가도 월급날이 되면 잠시 기분이 풀리곤 한다. 당신 회사의 모집공고엔 분명 성과중심연봉제라느니, 인센티브라느니 말도 안되는 꼬득임들이 적혀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책임져주지도 않는 회사를 위해 열심히 성과를 이뤄내고 심지어 그걸 뺏겼음에도 성과나 인센티브는 없을 것이다. 아 나는 물론 있었다. 1억짜리 제안을 성사시켰을 때 받았던 10만원. 아무리 힘든일도 돈을 보면 적당히 치료가 된다. 이건 현실이다. 그러나 작고 소중한 연봉이 거대해지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팔로워가 아무도 없는 나의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당신은 분명 힘들 것이다. 그러나 나는 꽤나 잘 버텨내고 있다. 성과금도 승진도 순탄하다. 이렇게 되려면?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버티지 못하고 나간 사람의 자리를 한층 한층 타고 올라가다보니 어느 순간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 더 윗사람에게 줄을 잘 섰다. 단지 운이었지만 가장 현실적으로 인정받는 방법이었다. 누구도 당신에게 강요를 할 순 없지만 중소기업에 발을 내딛었다면 잠시 쉬어가야한다,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같은 시덥지 않은 소리는 무시하고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힘든 당신에게 이 글이 오히려 독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힘든 순간은 6개월만 지나도 아무일도 아닐 것이다. 앞으로 닥쳐올 더 큰 파도를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