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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고래 Dec 25. 2019

2019년 인생 이벤트 2가지

선물이가 태어났고 나는 첫 이직을 했다


2019년 돌아보기


캘린더 앱을 열었다. 다음 주 일정을 등록하려다 며칠 후면 벌써 1월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흠칫했다. '올해도 이렇게 가는구나... 시간 참 빠르네...' 매년 겪는 데자뷔 현상을 올해 역시 반복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훌렁훌렁 넘어가버린 달력이 야속하다. 일정을 등록하고 앱을 끄려다 무심결에 화면을 왼쪽으로 넘겼다. 드문드문 등록된 11월, 10월 일정들이 보였다. '아 맞다. 이때 이런 일이 있었지...', '헐! 이게 올해 있었던 일이었어?' 한두 개 살펴보다 이참에 2019년 인생 이벤트를 2가지를 정리해보기로 했다.


2019년 두번째 여행지였던 괌




첫번째 이벤트, 탄생! 선물이


2019년 2월 6일 나와 아내는 선명한 2줄의 임신 테스트기를 앞에 두고 어쩔 줄 몰랐다. 머릿속에는 기쁨과 걱정 그리고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예상치 못한 임신이었다. 담담한 척 놀라 울고 있는 아내를 달랬지만 그날 밤은 깊이 잘 수 없었다. 다행히 놀란 감정은 시간이 지나며 가라앉았고 걱정은 점차 설렘으로 바뀌었다. 거실에는 출산과 육아 서적이 쌓여갔다. 아내는 출산 병원과 산후조리원을 알아보면서, 나는 지출 계획을 세우면서 부지런히 출산을 준비해 갔다. 일일이 알아보고 계획하는 것이 피곤할 때도 있었지만, 하나 둘 해결해 나갈 때마다 보람과 성취를 느꼈다. 왠지 인생적으로 성장하는 기분이 들었다.


꼬물꼬물 아직 태아인 선물이


그리고 9월 27일, 25일 만에 선물이가 태어났다. 이날 새벽부터 아내는 출산통을 겪었는데, 예정일까지는 18일이나 남아있었다. 이른 아침 '설마 오늘 출산하겠어?'라는 생각으로 병원으로 향했는데 설마 오늘 출산했었다. 아내는 침착하게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선물이를 낳았다. 용감한 아내의 모습이 멋지고 짠했다. 갓 태어난 선물이는 예상보다 작고 여렸다. 선물이를 처음 품에 안을 때는 너무 작고 소중해서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날 새벽부터 출산까지 12시간은 아직도 꿈만 같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 시간이었다. 이제 90일이 되가는 선물이는 오늘도 찡찡대면서 씩씩하게 크고 있다.


토실토실 귀여운 선물이




두번째 이벤트, 내 인생 첫 이직


2019년 5월 나는 이직을 결심했다. 사실 이전부터 이직에 대한 필요를 느끼고 있었지만 '조금만 더 버텨보자'라는 변명으로 외면하곤 했었다. 하지만 회사 내 여러 이유로 이 변명은 한계를 맞았고, 결국 출산 예정 월인 10월을 목표로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나에게 이번 이직은 첫 이직이나 다름없었다. 구인 시장에 나를 내놓고 커리어적으로 냉정히 평가받아본 적이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첫 직장은 아르바이트로 시작된 것이었고, 두 번째 직장은 친구와 함께 하던 프로젝트가 공동 창업으로 이어진 케이스였다. '오피셜 한 과정을 통한 이직이라니...' 걱정이 앞섰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음에 기대도 됐다.


이직전 회사의 빌딩


먼저 경력 기술서를 작성했다. 얼마 안 되는 분량이지만 한땀 한땀 정성 들여 작성하다 보니 몇 주가 걸렸다. 지난 5년의 커리어가 이 문서 한 장으로 요약된다니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면접 공통 질문을 준비했다. 바로 직업 가치관에 대한 질문이다.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식의 질문이다. 회사마다 형식은 다르지만, 답변의 뿌리가 되는 고민은 같았다. '내가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이다. 두 질문에 대해 고심했고 나름의 답을 찾아 정리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난 회사생활 동안 이 질문에 대해 생각은 해봤으나, 끝까지 결론을 내 본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성했다.

일련의 준비를 마치고 구인 사이트에서 상태를 '관심 없음'에서 '구직 중'으로 바꿨다.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이직 제안이 왔다. 개중에는 내심 바라던 곳도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면접 약속을 잡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인생 첫 면접에서 당황한 나는 시종일관 어버버거렸다. 그날은 침대에 누워 이불 킥을 날려야 했다. 다행히 그 경험은 약이 되어 다음 면접들은 비교적 잘 치러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바라던 조건의 회사로 이직을 마쳤고 만족스로운 회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직한 회사는 한강 바로 옆에 자리해있다




이제 한 달 후면 내 캘린더 앱은 2020년으로 넘어간다. 내년 이맘때는 캘린더에 어떤 이벤트들이 기록돼 있을까? 벌써부터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지나고 나면 소중한 추억이 되고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2019년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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