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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민 Mar 05. 2022

수심 5m,안전정지 3분 (13)

#브런치 #소설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자격증 #위로 #감동 #여행


높은 배 위에서 바다로 풍덩, 하필이면 배 난간에 뒤 돌아 앉아서 뒤로 굴러 떨어지듯 입수하는 백롤(Back Roll Entry) 입수. 두려움에 은수는 입수조차 시간이 걸렸다. 줄 없이 바다에 뛰어들어야 하는 번지점프대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심호흡을 아무리 해봐도 물에 대한 공포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결국, 입수. 은수의 의지가 아닌 공기통 무게 의한 바다로 떨어짐이었다. 입고 있는 슈트와 BCD 덕분에 은수는 노력하지 않아도 수면 위에 둥둥 뜰 수 있었다. 발이 닿지 않는 공포가 밀려왔지만, 이미 바다로 뛰어든 이상 다시 올라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새 은수 옆으로 온 강사님과 괜찮다는 수신호를 주고받고 드디어 바닷속으로 하강. 입으로 숨 쉬는 방법을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수압에 의해 귀가 압력을 받지 않도록 손으로 코를 막고 귀에 공기를 보내는 이컬라이징에 신경 쓰고, 가라앉지 않으려 핀을 차고, 부력을 맞춰보려 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입으로 숨 쉬는 방법은 잊어버렸고, 이퀄라이징이 되지 않아 귀가 먹먹했다. 열심히 핀을 찼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으며, 부력을 맞추지 못해 바닥을 손으로 집고 다녔다. 


바다는 평화로웠다. 생각했던 만큼 어둡지 않았고, 깊지 않았다. 눈앞에 돌아다니는 물고기는 은수를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어쩌다 만난 거북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신기했다. 오로지 숨소리에만 집중하는 시간, 소음과 잡음이 사라진 바다. 보글보글, 보글보글, 보글보글. 은수는 자신의 숨소리에 집중하면서 단 한 가지만 생각했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살고 싶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맞는 것인지 조차도 알 수 없었다. 사라지고 싶었고, 녹아버리고 싶었다.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바라면서 잠이 들었지만, 깊은 밤 고요함이 아쉬워 뜬 눈으로 밤을 새운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세상은 끝끝내 은수의 호흡기를 벗겨 주지 않았다. 벗어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지금 쓰고 있는 호흡기는 아무래도 불량 같은데 왜 벗고 싶어도 벗을 수가 없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매일 밤 땅 냄새가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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