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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민 Mar 01. 2022

수심 5m,안전정지 3분 (12)

#브런치 #소설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자격증 #위로 #감동 #여행


3m 수심밖에 안 되는 수영장 교육조차 은수는 힘이 들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얼굴이 물에 모두 잠기자마자 은수는 수면 위로 급하게 떠 올랐다. 물속에서 입에 문 호흡기를 뺐다가 다시 무는 것도, 핀을 벗고 다시 신는 것도, 마스크를 벗었다가 다시 쓰는 것도. 교육의 필수 과정이었지만, 은수에게 변수는 모두 공포였다. 


은수는 변수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수능 시험을 망쳤다. 공부 잘한다고 온갖 잘난 척을 하더니 소리를 지르던 아버지는 식탁을 엎었다. 손발이 벌벌 떨리고 얼굴에 열이 올랐다. 공부를 곧잘 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지만 학원은 오빠의 몫이었다. 은수는 불평도 불만도 없이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했다. 오빠는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수능을 망쳤고, 식탁이 엎어졌다. 은수는 첫 번째 맞는 변수에 대응하지 못했다. 변수는 곧 공포였다. 은수는 모든 것을 계획대로 진행해야만 하는 강박이란 처방전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수영장 교육은 추웠다. 비가 왔고, 물속에서 교육을 하느라 체온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익숙지 않은 동남아의 추위를 은수는 견딜 수 없었다. 3m 물 속도 이렇게 무서운데 10m, 20m 바닷속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괜찮아?”


“응”


생각해보면 포기한다고 말하고 싶을 때마다,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소매를 부여잡고 일으켜 주던 사람들이 있었다. 덕분에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비난이 아닌 비판으로, 방향성 설정으로 진심 어린 애정을 담아 가르침과 격려를 해준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에 포기할 수 없었지만, 선의는 차곡차곡 쌓여 은수에게 포기할 기회를 빼앗아갔다. 마치, 괜찮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불치병에 걸린 것 같았다. 


개방수역 교육, 처음으로 바다에 들어갔던 날, 은수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투정도 부려봤지만 은수는 여전히 못 한다 말할 수 없었다. 하고 싶다고 말한 사람은 은수 본인이었다.


‘무서워도 들어가야지. 해야지. 어쩔 수 없지. 누가 강요한 거 아니니까. 하고 싶다고 말한 건 나였으니까. 겁나도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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