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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민 Jun 01. 2022

수심 5m, 안전정지 3분(17)

#브런치 #소설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자격증 #위로 #감동 #여행


눈앞에 거북이가 유유히 지나갔다. 숨이 적응이 되니, 주위가 보였다. 감탄사를 내뱉고 싶었지만, 호흡기가 입에서 떨어질까 꾹 참았다. ‘거북이다!’ 속으로 생각했을 뿐이다. 어항 속 물고기가 보는 바닷속 거북이.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은수는 지금이 꿈이라면 삶이 무의미하지 않았다. 언제 꿈에서 깰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잠시 뒤척이긴 했지만, 그곳에서는 담배를 찾지 않았다. 꿈속에서 만큼은 의식하지 않고도 편히 숨을 쉴 수 있었다. 은수는 비로소 제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바쁜 일상 불안은 사치였다. 불안하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정작 현실에서 은수는 오롯이 존재할 수 없었다.


옹기종기 다이버들이 모여있는 곳에 뭐가 있는지 함께 구경하고 싶었지만, 어쩐 일인지 다이버들은 은수가 어딘가로 움직일 때마다 급하게 팔을 붙잡고 절벽에서 떼어놓았다.


“왜 자꾸 바닷속에서 저를 멀리 밀어내는 거예요?”


은수는 다이빙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상하다고 느낀 행동에 대해 궁금증을 드러냈다. 신기한 바닷속과 무엇을 해도 다 괜찮을 것만 같은 편안한 분위기에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었다.


“은수씨 움직일 때마다 절벽에, 산호에 부딪힐 뻔했어요.”


당연한 궁금증이라는 듯, 그럴 수밖에 없다는 듯,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하는 사람들. 은수는 혼자 생각하고 혼자 가라앉을 뻔했던 본인을 생각했다. 바닷속에서 생각했던 사람들의 이상한 행동에 대한 질문. 자기도 모르게 내뱉고 아차 싶었던 은수의 질문은 별것도 아니라는 듯 무덤덤한 사람들의 대답에 쉽고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기 위한 첫 자격증 레벨, 오픈 워터.  이론 교육, 수영장 교육, 바닷속에서 교육. 물이 무섭고, 수영을 하지 못했던, 물놀이라면 온갖 핑계를 늘어내며 피하기만 했던 은수는 거짓말 같이 꿈같이 공식적인 자격증을 가진 다이버가 되었다. 그날은 술을 많이 마셨던가. 사람들과 함께 밤새 웃었던가. 오랜만에 겪은 신기하고 기쁘고 꿈같은 기분에 산미구엘 맥주가 테이블에 몇 병이 쌓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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