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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민 Jun 11. 2022

수심 5m, 안전정지 3분(18)

#브런치 #소설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자격증 #위로 #감동 #여행


바다는 사람보다 깊지 않아.


그만 살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30년을 아등바등 살아왔는데 더 이상 버틸 힘이 남아있을까. 많지도 적지도 않게 적당히 살아온 것 같은데. 더 이상 새로운 것도 설레는 것도 없이 그저 그런 하루를 그냥저냥 살아가는 의미 없는 삶을 이제 그만하면 안 되는 걸까. 사는 게 힘이 들고 죽기엔 무서워서. 고작 그런 이유로 계속해서 살아야 한다면 살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의미 없는 세상 속 의미 없는 죽음도 괜찮다고 누군가 말해주기를 원했다. 태어남에 이유가 없으니 죽음에도 이유가 없다는 말이 은수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다.


하루 끝, 오늘 어떤 하루를 살았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숨겨진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 대화가 어려웠고, 할 수 없어도 해야 하는 삶이 지겹고, 무서웠다. 기쁜 날도 있었고 슬픈 날도 있었고, 때론 행복한 날도 있었으니 여지껏 충분히 잘 버틴 것만 같았다. 더는 세상이 궁금하지 않았고, 삶에 대한 욕심이 나지 않았다. 이제 그만 자신을 놓아버리고만 싶었다. 스스로를 놓을 수 있도록 누군가 허락해 주길 바랐다. 죽고 싶지만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은수를 깊은 곳으로 끌어당겼다. 검고 푸른, 깊은 곳에서 삶의 이유를 찾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유를 떠올릴 수 없었다. 간절히 원했던 직장생활이었지만, 버티고 버틴 결과는 애처로웠던 퇴근길과 숨 쉴 수 없었던 옥상 정원과 눈물조차 마음대로 흘릴 수 없어 가슴을 치며 숨 죽여 울던 자신이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곳을 보면 겁이 났다. 사람들은 바닥도 보이지 않는 바닷속으로 풍덩 망설임도 없이 뛰어들었다.


“입수가 왜 이렇게 무서운지 모르겠어요. 배에서 바다로 뛰어내리려고 밑을 보면 못 뛰어내리겠어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물은 무섭고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무서움은 극복할 수 없어요. 우선, 뛰어내리는 게 중요해요. 뛰어내리면 어라? 뛰었네? 하는 거예요. 발을 내딛지 않으면 평생 뛰어내릴 수 없어요. 우선, 바다에 뛰어들어서 결정하는 거예요. 바닷속으로 하강할지 다시 배 위로 올라갈지. 결정은 뛰어내린 뒤 수면에서 해도 늦지 않아요. 다시 배 위로 올라간다고 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딱 한발, 한 발만 내딛으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일단 바다로 뛰어들면, 그땐 더 빨리 바다 아래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낭실낭실 경이로운 꿈은 딱, 한 발만 내딛으면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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