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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민 Jun 14. 2022

수심 5m, 안전정지 3분(19)

#브런치 #소설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자격증 #위로 #감동 #여행


무섭도록 빠르게 핀을 차는 탓에 은수는 강사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일쑤였다. 핀을 멈추면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 깊은 곳으로 자신을 끌어들인 바다는 두 번 다시 놔주지 않을 것만 같았다. 물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두려움에 핀을 빠르게 찬다고 하지만, 은수의 속도는 주변 다이버들을 긴장하게 했다. 물고기를 찾으며, 지형지물을 살펴보며 천천히 다이빙을 하던 다이버들과 다른 은수에게 모든 이목이 몰렸다. 과도하게 핀을 차면 공기가 빨리 소모될 뿐 아니라 과호흡증후군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은수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달려야 했던 날들을 생각했다. 멈추는 법을 배워본 적이 있었던가? 남들보다 먼저, 빨리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항상 뛰어야 했다. 목표가 뭔지도 몰랐지만, 빠르게 달린다고 목표가 이루어지는 건지도 알 수 없었지만, 은수는 빠른 숨에 과호흡증후군이 와도, 헐떡이는 숨이 과호흡임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그저 그게 당연한 숨인 양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살았다. 


그 모습이 오히려 바닷속에서는 자신을 위험에 내던지는 꼴이 되었다. 안전하게 다이빙을 하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방법, 일행들과 속도를 맞추는 방법. 아무도 알려주지 않던 그 방법을 은수는 다이빙을 하며 배웠다.  


핀을 멈추고 가만히 물을 느껴보았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형형 색상의 산호와 자신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물고기, 바위인 듯 움직이지 않고 쉬고 있는 거북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은수는 온전히 바다를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느새 물의 이질감이 사라진 채 바닷속에 떠있는 자신을 느꼈다. 낭창낭창 바다가 나인 듯 내가 바다인 듯 한 꿈같은 착각에 사로잡혔다. 


바다보다 깊은 것은 사람이었다. 자신이었다. 어떤 바다도 견뎌야 하는 모든 시간보다 얕았다. 바다보다 깊은 것은 은수의 세상이었다. 바다는 깊지 않았고, 속도를 늦춰 자신을 온전히 바라봐 달라고 말했다. 조금만 나를 더 천천히 느껴달라고, 여기 그대로 있다고. 나는 네가 견뎌야 하는 그 모든 것보다 깊지 않으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우리 조금만 더 오래 같이 있자고. 조금만 더 나와 함께 있어달라고. 은수를 토닥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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