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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바꾸는 경이로운 질문들
by 푸샵 Apr 13. 2017

실패는 부끄러운 것일까?

시련은 있어도 왜 실패는 있으면 안 되는 걸까?

당신 실패하지 않았어, 나도 지방대 나와서 취직하기 되게 힘들었거든. 그런데 합격하고 입사하고 나서 보니 성공이 아니라, 그냥 문을 하나 연 것 같은 느낌이더라고. 어쩌면 우리는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다가오는 문만 열어가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 - 드라마 <미생> 대사 중에서

그 어느 때보다, 성공이 미담이 되고 목표가 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성공이 나쁘다는 것, 아니다. 하지만 구성원을 돌보지 못하고 옆과 뒤도 돌아보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려온 성장 주도의 정책과 사회구조가 낳은 폐해들이 여기저기서 분출하고 있다.


양극화 시대! 부동산 가격 폭등! 현실이 돼버린 인구절벽! 88만 원 세대를 넘어 개천에서 용, 아니 미꾸라지 한 마리 날 수 없는 흙수저 세대로 가득 차 버린 헬조선. 마치 번아웃 증후군(탈진 증후군, Burnout Syndrome)에 빠진 것처럼 몸과 마음은 피로와 통증을 호소하며 '피로 사회'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사회는 성과사회이고 그에 따른 사회적 폐해와 정신질환 등의 문제에 직면해있다. 적어도 그 점에서는 서구 사회와 전혀 다르지 않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자기를 착취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즉각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다. - <피로 사회> 중에서
성공, 성과 만이 존재하고, 실패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는 언제 번아웃될지 모르는 피로 사회다.  

한국 사회에서 실패는 낯선 단어처럼 느껴진다(장애라는 단어 역시 그러하다). 일 뿐만이 아니라 결혼생활에서도 마찬가지. 故 정주영 회장은 <시련은 없어도 실패는 없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 인터넷 콘텐츠 사업한답시고 쌩고생하고 있던 2001년 즈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정주영 회장이라고 실패한 적이 왜 없겠는가. 쌀가게를 했다가 2년 만에 문을 닫기도 했고, 자동차 수리 공장은 불이 나서 잿더미가 된 적도 있는 등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고, 도산 위기도 몇 차례 경험한 적 있다. 그리고 한 번의 이혼 경험도 있다. 그는 실패보다 '포기'라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꽤 많은 난관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도전하고, 설사 실패해도 딛고 일어섰기에 나름의 자부심이 있지 않았을까? 도전을 포기한 적이 없기에 '실패는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한편으론 시대적 상황이라는 운도 따라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리 운이 따랐다 하더라도 수많은 실패를 경험한 건 엄연한 사실이다.    


나 역시 많은 실패를 겪었다. 성공이 학습된 것이 아니라 실패만이 학습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실패로 학습된 무기력은 도전은커녕 포기조차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실패라는 단어보다 포기라는 단어가 때로 더 큰 공포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남은 생에 실패가 없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또 실패를 겪을 것이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실패를 바라보는 태도다.   


실패란 무엇인가?

실패는 부끄러운 것일까?

우리는 실패한 것일까?


몸이 아프듯 마음도 아플 수 있다. 몸, 마음 동시에 아플 수도 있다. 청춘이라서 아픈 게 아니라 불공정하게 변하는 사회구조가 청춘의 몸과 마음에 생채기를 내서 아픈 것이다. 조직과 사회가 시도했던 많은 것들이 실패했고 적폐도 쌓였다. 실패와 아픈 마음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것, 쉬운 일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들여다봐야 한다.


실패가 쌓여 초석이 되고, 그 초석을 딛고 이뤄진 것이 성공이다.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 마음 한 번 아프지 않고 성장할 수는 없다. 아픈 마음은 몸에 귀를 기울이라는 신호다. 몸은 곧 당신이다. 당신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귀를 기울이라는 얘기다. 실패가 의미하는 것, 아픈 마음이 말해주는 것에 귀 기울이지 않을 때 우리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사업, 일, 연애의 실패 그리고 우울과 불안으로 인해 아픈 마음은 숨을 쉬듯, 감기에 걸리듯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며칠 전 방영된 MBC 스페셜 <인구절벽 원년 보고서 1부: 2년제 인생 - 결혼 못 하는 청춘>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연애에 실패하고, 결혼에 실패하는 것도 실은 연애와 결혼을 해볼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를 경험조차 하지 못하는 구조의 사회는 연애를, 결혼을 할 수 없는 힘든 상황으로 내몬다. 사회구조의 문제가 해결돼야겠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다독이며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실패를 들여다보고 아픈 마음을 다독이며 들여다봐야 한다.

서점가엔 '실패하지 않는 법', '실패에서 배우는 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눈에 종종 띈다. 반면 실패를 스스로 고백한 생생한 이야기가 담긴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 실패를 경험한 자신의 이야기를 과감하게 했던 이가 있었다. 읽으면서 그의 심정이 어땠을까 하며 공감이 가는 부분들도 많았다.

경상도 깡촌의 지지리도 못 사는 집, 인근 마을에 살던 부모가 다섯 아이를 키울 처지가 못 돼 그마저도 형편이 어려운 할머니 집에 맡겨진 네 아이 중 셋째. 이산가족 아닌 이산가족으로 부모의 보살핌이 없이 살아야 했던 천덕꾸러기

시쳇말로 '흙수저'인 천덕꾸러기가 대한민국 학원가에서 분필가루 마셔가며 파죽지세(破竹之勢)의 성공가도를 달려온 사탐강사 전한길. 이 책을 집어 들었던 6년 전까지는 전한길이란 사람이 있는지도 몰랐다.


"EBS 강의 평가 전국 1위, 온라인 강의 수강생 전국 1위(7만명), 사탐교재 판매량 전국 1위(20만부), 다음카페 회원수 전국 1위(4만명)..."


그렇게 학원가에 전설을 남기며 열심히 모은 20억! 그 20억을 단 2년 만에 날려버린 흥미진진한 이야기. 20억을 날리고서야 깨달은 뼈에 사무치는 진실과 교훈을 담은 쓰디쓴 


<창피함을 무릅쓰고 쓴 나의 실패기>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들어간 제작비는 무려 20억이라는 얘기다. 책 표지에 쓰인 카피는 이랬다.


빠지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함정 - "기록적인 인기와 수입을 올리며 잘 나가던 그는 왜 실패하였나?"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서점가에도 성공 관련 자기계발서만 넘쳐나고, 성공이라는 단어에 지쳐갈 즈음 발견하게 된 보석 같은 책이다. 한국은 실패라는 단어를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실패라는 단어 자체가 금기인 것. 마치 실패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성공이라는 단어만을 취급한다. 하지만 공기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듯, 실패도 존재한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고 부족하기에 상처받고, 실수한다. 그럼에도 도전을 하기에 실패한다. 성공은 실패라는 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올라서야 다다를 수 있는 목적지다. 그 목적지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과정 속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있기에 인생의 여러 문 중에서 겨우 하나에 해당하는 성공의 문을 연 것이다. 죽을 때까지 우리는 그 문을 다 열어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학창 시절 읽었던 정채봉 시인의 <생각하는 동화> 중 지금도 기억나는 이야기는 상처받은 독수리 이야기였다. 더듬어 보면 이렇다. 여기서 상처는 실패와 같은 의미다. 대학입시에 떨어져, 애인에게 차여, 사업에 실패한 독수리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힘들어하고 있다. 


그때 멀리서 대장 독수리가 날아와 날개를 펴 보이며 하는 말. "이 상처는 애인에게 차였을 때 생긴 상처, 이건 사업에 실패해서 생긴 상처, 믿었던 사업가에게 배신당해서 생긴 상처, 그리고 또 이건...." 대장 독수리가 말한다.

상처 없는 독수리는 나자마자 죽은 독수리 밖에 없다.

소개팅 실패, 연애 실패, 사업 실패, 관계 실패, 사회시스템의 실패 그리고 또 수도 없는 실패의 반복들. 실패라는 문이 없는 인생이 있을까?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사회가 있을까? 


당신에게 실패란 무엇인가?

당신에게 실패는 부끄러운 것인가?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저 통과해야 할 문들을 하나씩, 하나씩 열어젖힌 것 아닌가, 하고

실패와 성공은 서로 다른 방향이 아니라 같은 방향이 아닌가, 하고

늦게 피는 인생도 있지 않을까, 하며

내일도 내 앞에 나타날지 모를 작은 실패를 위해 잠을 청한다.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영양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

http://푸샵.com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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