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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샵 May 09. 2017

주먹 쥐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질문의 힘] 우리,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영화 <늑대와 춤을>의 여주인공 극 중 이름이 특이하다. 백인 여성이지만 어렸을 때 인디언 부족에게 잡혀와 인디언으로 살아가고 있던 그녀의 이름은 '주먹 쥐고 일어서'. 1990년에 상영된 이 영화를 보고 인디언식 이름이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현명한 인디언 추장의 이름은 '열마리 곰(Ten Bears)', 인자하고 너그러운 '새 걷어차기(Kicking Bird)', 용감한 청년 '머리에 부는 바람(Wind In His Hair)', 그리고 남주인공 백인 던바 중위의 인디언식 이름은 '늑대와 춤을(Dances with Wolves)'이었다. 

주먹 쥐고 일어서(Stands with a fist)

라는 이름에서 두려움을 넘어서는 용기와 희망이 느껴진다. 여러 번 넘어지더라도 매번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 꿋꿋이 일어설 것 같은 이름. 


삶이란 그런 게 아닐까.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야 하고

힘겨움으로부터 도망가지 않는 것. 

2016년의 한국인에게 인디언식 이름을 붙여준다면 '촛불들고 일어서'가 되지 않을까? (이미지: sojoong.joins.com)

19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마음이 앞서 5월 4일 사전 투표했다. 대통령 한 명 바뀐다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여와 야, 이념과 사상, 지역을 넘어서 5천만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버리고 싶진 않다. 


우리,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거제 삼성 중공업 크레인 사고. 이 사고로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등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중 삼성 중공업 직원은 없고, 전부 하청 업체 근로자뿐이었다고 한다. 쏟아지는 한결같은 말. '안전불감증', '불합리한 하청구조', '인명경시'. 하지만 여전히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이 시대의 비극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CJ E&M 이한빛 PD는 조연출을 맡았던 tvN의 '혼술남녀'가 종영한 다음날이자 입사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26일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인은 자살. 원인은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비인간적인 문화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측은 사과의 말 한마디 없이 개인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라 말한다. 조직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죽을힘 다해 일했던 한 개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는다.   


며칠 전 발생한 강릉, 삼척, 상주 지역 산불. 세월호를 겪었음에도 여전히 재난구조 관리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 터져 나왔다. 산불 진압하던 헬기가 추락해 정비사 1명이 순직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소방관들은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한 채 열악한 장비로 산불과의 사투를 벌였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처우 개선과 장비 확충은 여전히 뒷전. 다행히 산불은 진화됐고, 하늘은 순직한 이를 위로하듯 비를 내려주고 있다. 


2016년은 한국이 OECD에 가입한 지 20주년이 되던 해였다.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개인적으로도 자랑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한국은 선진국인가? 1인당 국민소득,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에도 못 미친다. 가계부채 비율은 높고 삶의 질은 떨어지며 자살률은 1위라는 불명예를 여전히 안고 있다. 과연 한국은 선진국인가? 아니면 선진국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이 모든 것엔 몸을 기계처럼 생각하고, 근로자나 노동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천박한 자본주의와 사람은 한낱 소모품일 뿐이라는 인명 경시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얼마나 더 차별을 해야 하고, 얼마나 더 소중한 목숨들이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하는 걸까? 


국민은 헌법을 유린했던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국민은 위대했다. 이제 그 힘으로 새로운 대통령을 탄생시키겠지만 그것이 다는 아닐 것이다. 이 땅 위에 스며들어 있는 수많은 적폐(積弊)를 하나씩 청산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 한 명, 정권을 잡은 당에만 맡겨서 될 일은 아닐 것이다. 국가가 바뀌려면 결국 주인인 국민이 바뀌어야 한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 모두가 변해야 한다. 


변화(Change)는 쉬운 것이 아니다. 깨어있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변화다. 개개인이 깨어나야 한다. 숨쉬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도 자신의 변화, 모두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깨어나야 한다. 숨을 크게 들이 쉰 후, 주먹을 불끈 쥐고서 땅을 단단히 딛고 일어서야 한다. 


주먹을 불끈 쥐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만약 몇 번을 넘어지더라도 주먹 불끈 쥐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그래야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 그래서 더 좋은 것만을 후대에 물려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는 몇 번을 넘어져 두렵지만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서고자 한다. 

태초에 빛이 있었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한 손엔 빛을 들고, 다른 손은 주먹을 쥐고 일어서야 한다.
만약(If)

만약 뭇사람이 이성을 잃고 너를 탓할 때
냉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만약 모두가 너를 믿지 않을 때
자신을 믿고 그들의 의심을 감싸 안을 수 있다면
만약 기다리면서 기다림에 지치지 않는다면
미움을 받고도 미워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너무 선량한 체, 너무 현명한 체 하지 않는다면

만약 꿈을 꾸면서도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만약 생각하면서도 생각을 목표로 삼지 않을 수 있다면
만약 '승리'와 '재앙'을 만나고도
이 두 협잡꾼을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
만약 네가 말한 진실이 악들에 의해 왜곡되어 
어리석은 자들을 얽어매는 덫이 되는 것을 참을 수 있다면
네 일생을 바친 것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도
낡은 연장을 집어 들고 다시 세울 수 있다면

만약 힘써 얻은 모든 것을 단 한 번의 도박에 걸 수 있다면
그것을 다 잃고도 다시 시작하면서도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만약 심장과 신경과 힘줄이 다 닳아버리고
남은 것이라곤 "버텨라"고 말하는 의지뿐인 때도
여전히 버틸 수 있다면

만약 여러 사람과 얘기를 하면서도 덕성을 잃지 않는다면
왕들과 같이 거닐면서도 오만하지 않을 수 있다면
만약 적도 사랑하는 친구도 너를 해칠 수 없게 된다면
만약 모두를 중히 여기되 그 누구도 지나치게 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만약 용서할 수 없는 1분을
60초 동안의 달리기로 채울 수 있다면 
그러면 이 세상과 그 안의 모든 것이 네 것이 되리라.
그리고 그때 너는 비로소 어른이 되리라!
- 러디어드 키플링(Joseph Rudyard Kipling, 1882~1889, <정글북> 작가, 영국)

만약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가 실현된다면 춤을 추리라. 

만약 그런 세상이 온다면 비로소 부끄럽지 않으리라.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영양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

http://푸샵.com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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